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법무부가 2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司法) 관련 공약을 두고 충돌했다.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 예산 편성권 부여’ 공약이 쟁점이 됐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범계 법무장관이 전날 윤 당선인 공약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예정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도 다음 주로 미뤘다. 인수위는 “이런 상황에서 업무보고를 받는 건 무의미하다. 냉각기를 갖고 숙려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수위원들은 윤 당선인이 공약한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 예산 편성권 부여’에 대해 “검찰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당선인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인수위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은 “인수위는 법률 개정 전이라도 새 정부의 법무장관이 취임하면 일차적으로는 훈령(訓令) 개정 등을 통해서라도 구체적 사건에 대한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새로 임명될 새 정부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 행사 요건을 훈령으로 엄격하게 제한해 폐지에 가까운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앞서 박 장관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아직 필요하다” “검찰의 예산 편성권에 독립성을 부여할 필요는 있지만 이것은 입법 사안”이라며 윤 당선인 공약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이 정부에서 검찰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검찰 개혁’을 5년 동안 했지만 안 됐다는 자평인가”라고 했다.

법무장관 수사지휘권은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실제 행사된 적은 많지 않다. 문재인 정부 전까지는 단 한 차례 발동됐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을 할 때 추미애 전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세 번, 박범계 현 장관은 한 번 발동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사지휘권을 남용한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은 경찰청과 국세청 등을 포함한 정부 17개 외청 가운데 유일하게 예산 편성권이 없다. 윤 당선인은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검찰의 독자적인 예산 편성권 부재가 검찰 독립성을 해친다고 보고 있다.

인수위는 이날 법무부와 별도로 대검찰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인수위는 보도자료에서 “대검은 수사지휘권 폐지, 예산 편성권을 비롯해 당선인이 공약한 사항에 깊이 공감하고, 인수위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후 박 장관은 인수위의 업무보고 연기 발표에 대해 “저희들 보고 문건은 다 정해져 있다”며 “(업무보고) 문건에 대해 특별한 변동 사항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