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이 불발되면서 양측 협의가 필요한 공공기관장 인선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정치권에선 “한국은행 총재와 같은 핵심적인 자리에 당선인 측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면 차기 정부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한국은행,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고위직 인사 등에 대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오는 31일 임기가 종료되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후임 인선을 두고 양측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한은 총재의 성향은 새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와도 연결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직 인수위는 청와대에 인사를 건의하는 형식으로 갈등 봉합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에선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 거론된다. 이 국장에 대해선 청와대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한다. 이 외에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합류한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이승헌 부총재 등도 한은 총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낙점한 인사에 대해 청와대의 동의를 얻는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현재 그런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은 총재 지명권을 윤 당선인에게 넘기는 문제에 대해 “정해진 인사권을 문 대통령이 행사하지 않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이 배석자 없이 허심탄회하게 이뤄진다면 이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석(空席)이 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도 민감한 문제다. 현재 선관위에서는 선관위원 9명 가운데 2명이 비어 있다. 국민의힘은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서라도 선관위 인사는 차기 정부와 상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에선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감사위원 인사권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당선인 측은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감사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공석인 2명의 감사위원이 친(親)민주당 성향 인사로 채워진다면 새 정부 정책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 인식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주요 보직 인사가) 국민의 심판을 받은 낡은 정부 철학에 따라 임명되는 건 오만한 행동”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