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사립대에서 지난해 12월 교수 재임용이 거부된 한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 비판서를 출간한 것 때문에 대학에서 돌연 해고됐다”며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당사자는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글로벌교육부 부교수로 재직 중인 오화석 교수(경제학 박사). 2014년부터 배재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오 교수는 지난해 5월과 7월, ‘문재인의 배신’(소통과 공감)과 ‘무너진 정의’(공감책방)라는 현 정권 비판서를 각각 필명(장길산)과 실명으로 펴낸 바 있다. 오 교수는 2019년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전·현직 교수 시국선언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공교롭게도 오 교수가 2014년부터 8년여간 근무했던 배재대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손아래 동서인 김모 교수가 부총장으로 있다. 김모 부총장은 지난 2020년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예비후보(현 의원)의 후원회장을 지냈고, 같은 당 황운하 의원의 선거사무소를 격려방문하는 등 지역 정치권에서도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황 의원은 “대통령 동서의 응원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이에 학내·외에서는 오 교수의 해고에 “외압이 있었거나 학교 측에서 알아서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학교 측은 오화석 교수의 재임용 탈락을 둘러싼 이 같은 구설에 “재임용 거부 사유는 개인정보라서 구체적인 사유를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재임용 거부와 책 출판은 전혀 관계가 없고 일방적 주장일 뿐”이란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학교 측은 “김모 부총장 역시 산학(産學) 부총장으로서 교원 인사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고 그럴 분도 아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동서인 김모 부총장은 수차례 전화와 문자에도 별다른 입장을 알려오지 않았다.
중앙일간지 기자 출신인 오화석 교수는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인도 자와할랄네루대학교(JNU)에서도 국제학부 객원교수로 경제학을 가르친 바 있다. 배재대 교수로 일하는 동안에는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로도 이름을 올렸다. ‘슈퍼코끼리, 인도가 온다’ ‘100년 기업의 힘, 타타에게 배워라’ ‘마르와리 상인’ 등 인도 경제 및 경제인들과 관련한 다수의 서적도 출간한 바 있다.
현재 오화석 교수는 교원 소청심사위원회에 “재임용 거부 처분의 취소를 구한다”는 소청심사를 청구한 상태로, 오는 5월경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지난 2월 8일 만난 오화석 교수는 “책임시수와 같은 꼬투리를 잡아 교수의 생명줄인 재임용을 거부한 것은 명백한 부당해고”라며 “학교 측이 외압을 받았거나, 알아서 눈치를 본 것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대학 측이 주장하는 재임용 거부 사유는. "책임시수 미달이다. 다만 재임용을 거부할 수 있는 평가항목 중 책임시수란 항목은 없다. 재임용과 관련한 평가항목은 △업적평가 △복무평가 △강의평가 △부서평가 등 4가지다. 나는 이 4가지 항목 모두를 충족시켰다. 책임시수는 100점 만점의 부서평가에서 10점을 차지할 뿐이다. 나는 책임시수를 포함한 부서평가에서 이미 기준(60점 이상)을 충족시켰다. 학교 측은 이것으로는 안 되니까 별도로 '책임시수평가'를 새로 만들어 꼬투리를 잡아 재임용을 거부했다. 명백한 위법이다."
- 책임시수는 왜 미달했나. "2년간 총 40시간의 책임시수 중 4시간이 미달됐다. 2020년 1학기 2시수와 2021년 2학기 2시수이다. 나는 강의를 개설했지만 신청학생들이 적어 폐강됐다. 학교 측은 2020년 1학기 때 책임시수 2시간을 못 채운 부분을 이번에 문제 삼았다. 당시 학교 측이 시수가 부족하니 보수 일부를 반환하라고 해서 반환했다. 이후 학교 측으로부터 2시수 부족에 대해 어떤 언급도 들은 바 없다. 작년 2학기 2시수 미달분을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이 올해(2022년)다. 그것으로 트집 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 책임시수 미달로 재임용이 거부된 사례가 있나. "없는 것으로 안다. 교무처장을 직접 찾아가 물었다. 배재대 40여년 역사상 책임시수가 부족해 해임되거나 재임용이 거부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확인했다. 지난 2학기 때 나를 포함해 재임용 문제가 된 사람이 내국인 2명, 외국인 2명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 중 책임시수만으로 재임용이 거부된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교무처장은 '없다'고 답했다."
- 재임용을 거부당한 진짜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아무리 살펴봐도 작년에 출판한 책('문재인의 배신' '무너진 정의') 외에는 없다. 대학과 갈등이 있었다든가, 어떤 누구와 트러블이 있던 것도 아니다. 차라리 대학 측과 싸우기라도 했다면 그러려니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평교수치고는 총장과도 가까운 편이었다. 그래서 총장께 이메일로 물어봤더니 '나는 잘 모른다. 교무처에 물어보라'고 하더라. 재단인 배재학당 측도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재단에서는 대학 측에서 올린 서류에 그냥 사인만 한 것 같다."
- 누가 재임용을 거부했다고 보나. "(문재인 대통령 동서인) 김모 부총장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거나, 대학 측 사람들이 알아서 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권력에 잘 보이려고 했든지. 총장과 대학당국, 이사장께 '나를 무단해고해서 대학과 재단 측이 얻는 이익이 무엇이냐, 왜 이렇게 무리하느냐'고 물었으나 아무 응답이 없었다."
- 문 대통령 동서가 부총장으로 있는지 몰랐나. "나는 이런 분이 학교에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일이 터지고 나니 주변 동료들이 '거기 문 대통령 동서가 있다'고 말을 해주더라. 나는 그것도 모르고 책을 출판한 다음 예를 갖춘다고 총장, 학장, 홍보팀에도 책을 보냈다. 그랬더니 홍보담당자는 이미 내 책 출판을 알고 있는 듯 말하며 '이 책은 좀 어려울 것 같다'고 하더라. 이미 학교 측은 내가 문재인 정부 비판서를 낸 것을 알고 공유하고 있던 것 같다."
- 재임용 거부가 책과 관련 있는지 학교 측에 물어봤나. "교무처장에게 '책 때문에 그런 것이냐'고 물어봤다. 교무처장은 '절대 아니다'라고 하더라. 당연히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겠나. 인정하면 큰일 날 테니까."
- 문재인 대통령 비판서를 쓴 계기는. "나는 경제학자로 인도나 아세안, 중남미 등 글로벌 경제가 전공이다. 국내 정치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간 펴낸 책도 대부분 인도 등 글로벌 경제에 관한 것들이다. 한데 3년 전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와 실정, 폭정에 기가 막혔다. 민주와 정의를 훈장처럼 달고 다니던 사람들의 본 모습을 본 후 충격을 받았고 분노했다. 나는 원래 정치적으로 중도다. 중도에서도 중도진보에 가까운 편이었다. 그런데 문 정권의 폭정에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늦은 밤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기를 두드렸다."
- 교원 소청심사 청구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 “5월쯤 나올 것으로 안다. 현 사태를 경험하며 과거 독재정부 시절에 교수해직 사태가 생각난다. 정부 비판서를 썼다고 교수를 해고하는 일이 2022년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책에도 썼지만 고려대 임미리 교수가 한 신문에 칼럼을 썼다가 민주당에 고발당하고, 대학교에 대자보를 붙인 20대가 건조물 침입죄로 처벌받았다. 물론 내게 피해가 올 수도 있지만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