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21일 티베트자치구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닝츠공항에서 환영 행사에 답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국의 반중(反中) 정서가 폭발하고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결정적 도화선이다. 지난 2월 4일 개회식 때 ‘한복(韓服) 입은 여성’이 중국 오성홍기를 받쳐 드는 장면은 한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TV 시청자들은 “한복이 왜 거기서 나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쇼트트랙 편파 판정 의혹은 분노한 한국 여론에 불을 질렀다. “한국 선수단은 당장 비행기 타고 돌아와라”는 댓글이 인터넷에 넘쳤다. 여론의 악화에도 정부 대표로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식으로 항의할 계획이 없다”고 말해 국민의 화를 돋웠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이 발언을 근거로 “한국 정부가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오히려 한국을 나무랐다. 한복 논란과 관련하여 일부 한국인은 “별거 아닌 일에 우리가 유난 떠는 것 아닌가?” “조선족이 한복을 입지 않으면 뭘 입는단 말인가?”라며 성난 반중 여론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과연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한복 사건’은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해도 되는 것일까?

올림픽 뒤에 숨은 소수민족 정책

‘한복 논란’ 뒤에는 중국의 차별적 소수민족 정책이 숨어 있다. 중국에는 55개 소수민족이 있고, 그 숫자는 1억2000만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14억977만명·2020년 말 기준)의 8.9%에 불과하다. 인구의 절대다수는 한족(漢族)이다. 중국공산당은 명절(춘절·중추절) 축제나 공산당대회, 전인대(全人大), 전국체전 같은 국가적 행사에 전통 복장의 소수민족을 동원한다. 장족(壯族), 회족(回族), 위구르족(維吾爾族), 묘족(苗族), 만족(滿族), 조선족 등 변경 지역에 흩어져 사는 소수민족들은 형형색색의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정부 행사에 참석한다. 공산당 지도부가 소수민족을 동원하는 가장 큰 목적은, ‘중국은 한족을 중심으로 다(多)민족이 화목하게 살아가는 대가정(大家庭)’이란 이미지를 선전하기 위해서다.

‘가정’이란 개념에는 가족 간의 평등과 사랑이 전제돼 있지만 중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을 지배하는 공산당, 군부, 정부의 최고지도부는 모두 한족이 독식하고 ‘2등 국민’인 소수민족은 한족의 들러리가 되어 종속적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세상은 다 안다. 위구르족 주민 수백만 명이 노동교화소에 갇혀 노예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영국 BBC 방송의 취재로 폭로됐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를 사실상의 ‘인종청소’ ‘집단학살’로 규정했지만, 중국은 “악의적인 오보”라고 일축했다. 신장(新疆)위구르 지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슬람사원이 속속 파괴·폐쇄되고 있다.

몽골족, 위구르족, 조선족 등 자기 고유 언어를 가진 소수민족들은 2020년 7월부터 도입된 중앙정부의 ‘이중언어교육’ 정책에 따라 자녀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는 데 제한을 받는다. 이는 소수민족을 한족화(漢族化)하려는 중국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소수민족들은 그동안 ‘어문’ ‘도덕과 법치’ ‘역사’ 3과목을 자기 고유 언어로 가르쳐 왔으나, 이제는 중앙에서 통일적으로 편찬한 중국어 교재로 교육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소수민족의 모국어와 민족역사 교육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에 분노한 내몽골 주민들은 2020년 9월 7일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청원 코너(petitions.whitehouse.gov)에 ‘중국 공산당은 내몽골에서 문화 학살을 중단하라(Stop the CCP’s cultural genocide in Inner Mongolia)’란 제목의 청원을 올리고 집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실제로는 소수민족의 전통과 문화, 종교를 억압·말살하면서, 대외적으로는 ‘화목한 가정’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중국공산당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열리는 다민족 축제와 중국에서 열리는 소수민족 행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구미(歐美)의 다민족 축제는 각 민족이 진정한 주인으로서 자발적으로 즐겁게 참여하는 ‘잔치’인 데 비해, 중국의 소수민족 행사는 공산당이 뒤에서 지시하고 연출하는 꼭두각시놀음에 가깝다. 지난 2월 4일 동계올림픽 개회식의 오성홍기 전달식도 ‘화목한 가정’인 것처럼 꾸민 ‘대외 선전 무대’였고, 한복 여성을 포함한 소수민족 대표들은 무대를 장식하는 소품에 지나지 않았다.

김치를 중국 음식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유튜버 리쯔치. photo 바이두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의 기괴한 주장

중국은 1990년대 들어 주변국과의 국경 분쟁, 영토 갈등에 대비해 새로운 국가관과 역사관을 정립했다. 여기에는 중국 변방의 불안정이 크게 작용했다. 1990년대 초·중반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는 이슬람 소수민족의 독립운동이 터져나왔다. 해외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민족운동 단체인 ‘동(東)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 대원들은 중국과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국경을 넘나들며 우루무치와 허텐(和田) 등지에서 테러를 감행했다. 버스 폭탄 테러로 수십 명이 사망하고 중국 경찰도 공격했다. 공산당 지도부는 변방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1992년 한·중 수교도 중국에는 하나의 자극제가 됐다. 수교 직후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관광객은 백두산에 올라 “만주는 우리 땅”을 외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다. 중국과 북한을 모두 자극하는 행동이었다. 한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던 가이드와 감시요원들은 이를 당국에 보고했고 중국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당시 한국과 중국의 경제력 격차는 컸다. 중국은 한국이 한반도를 통일해 동아시아의 강대국으로 우뚝 서면 고구려의 고토(古土)인 만주에 대한 영토회복을 꾀할 것을 걱정했다. 이에 중국은 만주와 중·조(中朝) 국경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緣故權)’을 확실히 해두기 위해 동북공정(2002~2006)을 시작했다. 한민족의 역사인 고구려사(高句麗史)를 ‘중국 변방의 한 소수민족 역사’로 격하하여 중국사에 편입하려는 시도였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은 1990년대 ‘통일적 다민족국가’란 개념을 만들어냈다. 중국은 한족만의 나라가 아니라 56개 민족(한족 + 55개 소수민족)이 국토 통일 과정에서 하나의 민족으로 결합된 국가라는 개념이다.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은 최근 ‘4개의 함께(四个共同)’란 개념으로 설명된다. 중국 서남(西南)대학 역사문화학원 천용량(陳永亮) 교수는 ‘북방민족대학학보’(2020년 제5기)에 발표한 논문 ‘4개의 함께: 통일적 다민족국가 이론의 다원적 해석’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4개의 함께’란 56개 민족이 함께 광활한 영토를 개척하였고, 함께 유구한 역사를 써왔으며, 함께 찬란한 문화를 창조하였고, 함께 위대한 정신을 배양하였다는 것이다. 한족(漢族)이 주도하고 지배했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함께(共同)’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바꿔 말하면 중국 내의 각 민족은 영토와 역사, 문화, 정신을 함께 개척하고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56개 민족의 영토와 역사, 문화가 모두 ‘중국의 것’이라는 논리다.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억지 논리는, 이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기를 쓰고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았던 자기네 조상들의 노력과는 배치되는 주장이지만, 현재 공산당 지도부는 이 논리를 채택했다.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은 겉보기에는 ‘대화합’을 도모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무서운 논리를 숨기고 있다. ‘56개 민족이 함께 개척하고 발전시킨 영토·역사’란, 이를 뒤집으면 ‘현재 중국 영토 안에 있는 모든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모두 중국의 것’이란 얘기가 된다. 역사·문화의 귀속(歸屬)은 ‘과거의 사실’이나 각 ‘민족의 의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중국 영토 안에 있느냐 없느냐’가 판단 기준이 된다. 중국은 이 논리에 따라 역사를 새로 해석했다.

내몽골의 한 학생이 중국의 몽골어 말살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photo 트위터

과거에 중국은 한족 정권을 침략·정복한 거란족(遼), 여진족(金), 몽골족(元), 만주족(淸)을 ‘중국의 적대세력’으로 보았다. 가령 쑨원(孫文)은 만주족의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한족 국가를 세워야 한다(滅滿興漢·멸만흥한)며 신해혁명을 일으켰었다. 그러나 ‘통일적 다민족국가론’ 채택 이후, 변방의 민족들은 모두 ‘중화민족’의 일원으로 간주되었다. 중국을 정복한 칭기즈칸도 ‘중화민족’으로 편입되었다. 이에 대해 몽골인들이 반발하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진족과 싸워 중국의 민족영웅으로 추대되었던 악비(岳飛)는 갑자기 영웅 반열에서 격하(格下)되었다. 여진족이 더 이상 중국의 적이 아니라 중화민족의 일원이기 때문에 민족 내부 분쟁에서의 전과(戰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 것이다. 고구려의 영토 상당부분이 만주 지역에 있었고, 그 후손들이 중국 땅에 살고 있으며, 만주는 현재의 중국 영토(동북3성)이므로 고구려의 역사도 ‘중국의 역사’라는 억지 논리가 이렇게 성립한다.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라는 역사적 사실은 쏙 빼놓는다.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의 결정적 맹점은 모든 판단 기준이 ‘현재의 영토’라는 데 있다. 따라서 누군가 중국 땅을 점령한 뒤 “우리는 함께 영토를 개척했다”고 선언하면 중국의 역사와 문화도 정복자의 것으로 바뀐다. 이 논리에 따르면, 1930년대 일본이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통해 중국 동북과 황하·장강 일대를 점령했을 때와 같은 상황에서 “이제 중국의 역사와 문화도 일본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이 논리로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빼앗는 데 성공했을지 몰라도, 미래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강탈당할 ‘족쇄’를 스스로 준비해둔 셈이 되었다.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빼앗는 논리로 활용된다. ‘조선족은 중국 내 소수민족의 하나이므로, 조선족의 역사와 문화도 중국의 일부분’이란 논리를 내세운다. “조선족이 먹는 김치도, 조선족이 입는 한복도 중국 문화의 하나”라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1400만명의 독자를 보유한 중국 유튜버 리쯔치(李子柒)는 지난해 1월 10일 ‘중국식 파오차이(절임배추)’가 아닌 ‘한국식 김치’를 만드는 영상을 올린 뒤 ‘#ChineseFood(중국음식)’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그녀는 3년 전에도 김치를 만드는 영상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때는 영어로 ‘kimchi’라고 쓰고 ‘매운 김치는 옌볜 조선족의 전통 음식(辣白菜是延邊朝鮮族的傳統食物)’이라고 설명을 달았었다. 3년 사이에 ‘옌볜 조선족’이 ‘중국’으로 바뀌었다.

2015년 7월 옌볜자치주를 방문해 양반다리를 하고 환담하는 시진핑 주석(가운데). photo 신화

‘조선족은 중국의 일원, 김치도 중국 문화’

중국 랴오닝 방송국 아나운서 주샤(朱霞)는 지난해 1월 14일 웨이보 계정에서 “중국에서 김치 혹은 파오차이는 조선족이라는 소수민족의 전통 음식일 뿐이다. 중국 사람들이 파오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인데, 왜 당신들(한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라며 “김치는 손님상에도 못 올리는 하찮은 음식”이라고 비하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정법위도 작년 초 공식 위챗 계정 ‘창안젠(長安劍)’에서 “(한국은) 김치도 한국 것이고, 곶감도 한국 것이고, 단오(端午)도 한국 것이라 한다. 결국 사사건건 따지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불신으로 생긴 불안감 때문이다”라며 “김치는 중국 5000년 찬란한 문화의 털끝(九牛一毛·아홉 마리 소에서 뽑은 털 하나처럼 하찮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문화를 탐하는 중국인의 심리는 매우 복잡해 보인다. 한때 한반도 왕조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우월감’과 현재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부러워하는 ‘열등감’이 뒤엉켜 분노의 배설로 나타나는 듯하다. 그래서 한국을 공격하는 그들의 언어는 거칠고 숫자로 밀어붙이려 한다.

지난 2월 8일 주한 중국대사관이 한국 내 반중 감정을 의식해 내놓은 입장문도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중국대사관은 “중국 조선족과 한반도 남북 양측은 같은 혈통을 가졌으며 복식(服飾)을 포함한 공통의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전통문화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이라고 했다. 중국대사관 측은 한복을 ‘한민족(韓民族)의 것’이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반도의 것’이자 ‘중국 조선족의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한복의 주인이 한반도 내 남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중국 내 조선족도 포함된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조선족의 것은 곧 중국의 것’이니 ‘한복도 중국 문화의 일부’라는 공식이 뒤에 숨어 있다. 만약 미국에 사는 한인(재미교포)들이 한복을 입고 김치를 먹는다는 점을 들어, 미국이 “한복과 김치도 미국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대사관은 마땅히 “한복은 한민족의 것이지, 중국의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문을 내는 것이 옳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photo 뉴시스

문 정부의 저자세가 키운 문화 침탈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의 한복 논란과 관련,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지난 2월 5일 “우리 관점뿐 아니라 중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동포들의 입장이 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회식에 한복을 입고 나온 조선족 여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 내 170만 조선족 동포들은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들은 우리말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한자로 된 지명과 공공기관을 우리식 한자음으로 표기한다. 가령 ‘延吉’과 ‘渤海’를 그들은 ‘연길’ ‘발해’로 적는다. 한국에선 중국 발음을 따르느라 ‘옌지’ ‘보하이’라고 적는 것과 대조된다. 어느 쪽이 더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고 나온 여성도 민족 고유의 문화를 지키려는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조선족이 한복 외에 달리 입을 전통 의상도 없다. 중국에서 ‘2등 국민’인 소수민족이 공산당과 정부의 지시를 어기고 제멋대로 다른 옷을 입을 수도 없다. 따라서 조선족 동포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문제는 조선족을 포함한 55개 소수민족에 명령하는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소수민족을 활용하는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중국 지도부의 의도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의 관점에 따라 국가적 행사에 소수민족을 동원하고 그것을 통해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중국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까. 한국 정부가 조선족 동포의 입장을 고려하여, 중국의 국가적 행사에 한복이나 김치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계속 묵인·방관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한복과 김치는 ‘중국 문화의 일부’가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동포에 대한 감정’과 ‘우리 문화를 지키는 일’을 엄격히 분리하여 대응하는 일이다. 조선족 동포가 중국 정부의 명령에 따라 국가 행사에 한복을 입고 나오는 것은 그들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또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그에 대해 침묵하면 안 된다. 우리 외교부는 한복이 ‘한민족의 문화’임을 분명히 하고, 중국 정부에 “‘중국 문화’로 선전하지 말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것도 커튼 뒤에서 외교관들끼리 속삭일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도록 공개적으로 공표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저자세를 보이며 중국의 문화 침탈에 침묵한 것이 사태를 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정부는 한복이 한민족 고유 의상임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작업도 강화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 미국의 패션 잡지 보그(Vogue)는 인스타그램에 한복(韓服) 입은 사진을 올려놓고 한푸(漢服)라 소개했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침묵’은 ‘묵인’이 되고 ‘묵인’은 ‘인정’이 된다.

미국에 사는 재미교포나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가 한복을 입고 현지 축제에 참석하는 것을 걱정하는 한국인은 아무도 없다. 미국과 일본이 “한복도 미국(일본) 것”이라고 억지 부리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170만 조선족이 중국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7500만 한민족(남북한)이 수천 년 동안 가꾸고 지켜온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송두리째 빼앗을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 침탈을 막을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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