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기업 현안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시민 축구단 ‘성남FC’를 후원하도록 했다는 의혹은 야당이 수년 전 제기했다. ‘성남 일화’ 축구단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구단주인 성남FC로 바뀐 이후, 관내 6개 기업은 2015~2017년 후원금·광고비 등 명목으로 총 160억5000만원을 성남FC에 제공했다. 경찰은 지난 2018년 바른미래당 고발로 해당 의혹 등과 관련해 이 후보 등을 3년 3개월간 수사한 끝에 작년 9월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불송치했다. 그러나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4개월이 되도록 재수사 여부도 결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검찰의 이 후보 봐주기 수사”라며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단상 위) 후보가 25일 가평군 가평철길공원에서 열린 거리연설에서‘이재명 대통령 할아버지’란 응원 문구를 든 아이와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옛 바른미래당은 지난 2018년 6월,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여러 기업에 성남FC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가 있다며 이 후보를 경찰에 고발했다. 두산건설(42억원), 네이버(39억원), 농협(36억원), 분당차병원(33억원), 현대백화점(5억), 알파돔시티(5억5000만원) 등 성남시 관내 6개 기업이 성남FC에 후원금을 냈는데, 이 과정에서 구단주인 이 후보가 그 대가로 기업 현안을 해결해준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경찰은 지난해 6월 경기지사로 재직 중인 이 후보를 소환해 조사하려 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경찰이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언론에 흘려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결국 경찰은 이 후보를 서면 조사했다. 경찰은 작년 7월 이 후보가 제출한 답변서 등을 검토해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불송치했다. 당시 이 후보는 “무혐의 처분에도 가슴이 답답하다”며 “국민의힘의 고발이 시민구단 경영 위축을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구단주로 있었던 2015~2017년 성남FC 후원금은 160억원이었는데 작년 후원금은 9억원에 불과했다”며 “후원 기업들이 인·허가와 관련해 성남시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었던 만큼 대가를 노리고 후원금을 지급한 정황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성남시가 2015년 두산건설이 성남 분당에 소유한 종합병원 부지 3005평을 상업 용지로 용도 변경해주자, 이에 대한 보답으로 두산건설이 성남FC에 2016년 20억, 2017년 22억 원 등 총 42억원을 후원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당시 성남시는 병원 부지 용도를 업무 시설과 근린 생활 시설로 바꿔주면서 기본 용적률을 250%에서 670%로 높여줬다. 그 대신 성남시가 전체 부지 면적의 10%(301평)만 기부 채납 받아 두산그룹에 막대한 이익을 줬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2015~2017년 성남FC 후원 기업과 대가성 의혹

두산그룹은 1996년 의료 시설 용지로 지정돼 있던 해당 부지를 주변 시세보다 싼 72억원 정도에 매입했으나 병원 과잉 공급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는 2014년 9월 병원 공사를 중단한 채 부지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두산건설에 강제이행금을 부과했다가 10개월 만에 용도 변경을 허가했다. 2015년 7월 당시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두산건설 기업 유치 관련 정자동 의료 시설 개발 이익 공유 방안 검토’ 보고서를 결재했다. 이 후보는 당시 “두산이 시세 차익만 챙긴다면 건축 허가 취소는 물론이고 지은 건물도 철거하는 등 특단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두산건설은 2017년 부지와 사옥을 매각해 수천억 원의 차익을 얻었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두산그룹은 당시 그룹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 유동성 위기에 빠져 사옥 매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도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네이버는 지난 2016년 9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네이버 제2 사옥 건축 허가를 성남시에서 받았다. 국민의힘은 “네이버가 성남FC에 4차 후원금 명목으로 10억 원을 지급한 2016년 9월에 성남시로부터 제2사옥 건축 허가를 받았고, 분당수서 간 고속화도로 뱡향으로 출입로가 연결되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네이버가 성남FC에 직접 후원하지 않고 왜 굳이 이재명 후보 측 인사가 상임이사로 있는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거쳐 우회 지급했는지도 의아하다”고 했다. 실제로 네이버가 2015년과 2016년에 시민단체 희망살림 측에 법인 회비 명목으로 지원한 40억원 중 39억원이 ‘빚 탕감 운동 사업비’라는 명목으로 성남FC 유니폼 로고 광고비로 쓰였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당시 농협은 2조3000억원대 성남시금고 계약 연장을 앞두고 있었고, 판교 알파돔시티는 현대백화점 입점 반대 상황에서 후원금을 내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