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5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납부기한이 다가오면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패닉상태다. 주택투기와 무관한 1세대1주택자들마저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지난 7월과 9월 2차례 재산세에 이어 12월 종부세 고지서까지 3연속 세금폭탄을 맞으면서 강남3구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자연히 이들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중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초선·서울 강남구병)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통계마사지’에 대해 각종 통계를 들이대며 강력히 성토해 주목을 받는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유경준 의원은 미국 코넬대에서 노동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를 거쳐 박근혜 정부 때 통계청장을 지냈다. 지난 총선 때 서울 강남구병에서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했고, 전문성을 살려 문재인 정부의 ‘통계마사지’를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부동산공시가격검증센터장을 맡으면서 재산세·종부세·양도세 등 부동산 이슈에 부쩍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음은 지난 11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유경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종부세로 지역구 주민들이 패닉상태라는데. "지난 총선 때 저의 1호 공약이 종부세 인하였다.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종부세 폭탄이 어느 정도 예상되던 시점이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세대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얼마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종부세 부담은 엄청나다. 지역구인 대치동 은마아파트(공시가격 17억원) 사례만 봐도 당정이 주장하는 종부세액이 되려면 최대공제율인 80%를 적용받아야 62만원 정도를 부담할 수 있다. 공제율 40%를 적용하면 187만원, 공제가 없으면 312만원이나 된다. 종부세에 재산세까지 포함하면 1주택자라도 종부세 최대공제율 80%를 공제받아도 600만원이 넘는 보유세를 내야 한다. 세금을 가장 적게 내는 특정사례만 갖고 종부세 부담이 얼마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 기획재정부는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사람은 94.7만명, 전 국민의 2%"라고 밝혔다. "정부는 갓난아기까지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인구수에 종부세 고지인원을 비교하며 고지서를 받은 인원이 전 국민의 2%밖에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종부세는 내는 기준은 인별이지만 실제로 이를 내야 하는 것은 가족 전체이기 때문에 가구 단위로 비중을 보는 것이 바른 기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세대 대비 종부세 고지인원은 전국 기준으로는 4%, 서울의 경우는 10.9%가 종부세 대상이다. 더욱이 주택보유자 중 종부세 납부인원이 몇 명인지 비교하는 것이 더 타당한데, 전국 기준으로 전체 주택소유자 중 6.3%가 대상이고, 서울은 전체 주택 소유자 중 무려 18.9%가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된다."
- 기재부는 "종부세 부담의 세입자 전가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주택을 2가구 이상을 가진 사람이나 임대사업자들은 전월세 공급자들이다. 일단 제 지역구(강남구 삼성동·대치동·도곡동)에서는 전세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월세로 전환을 다 했다. 2배 이상 오른 전월세에 불만이라기보다는 아예 절망 상태다. '조세의 전가'는 세금을 올릴 경우 납세자가 이를 상품가격을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다른 이에게 넘기게 된다는 경제학의 기본이론이다. 서민들도 지금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항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는 2017년 89만원에서 2021년 123만원까지 증가했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는데도 '종부세 부담의 세입자 전가는 제한적'이라고 경제학의 기본이론조차 부정하고 우기고 있으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다."
- 기재부가 밝힌 '고지세액' 기준으로 보면 1세대1주택자 부담은 늘지 않은 것 같은데, 통계착시인가. "문재인 정부는 통계착시가 아닌 의도적인 통계왜곡을 하고 있다. 1세대1주택자 중 종부세 고지인원은 지난해 12만60명에서 올해 13만1633명으로 9.6% 증가했다. 1세대1주택자가 낸 종부세도 지난해 1170억원에서 1995억원으로 70.5%나 증가했고, 1인당 평균 부담액 역시 97만4513원에서 151만5577원으로 무려 55.5%나 증가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자 고지인원 또는 1인당 평균 부담액은 쏙 빼고 '고지세액 비중'이란 생소한 개념을 놓고 마치 1세대1주택자들의 부담이 줄어든 것인 양 발표했다. 또한 종부세는 인별 과세인데 '1세대1주택자'만 빼서 부부간, 부자간 등이 공동보유하는 '1주택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인별 과세라면 '1주택자'들을 따로 빼서 통계를 발표해야 했다. '1세대1주택자'가 13만2000명인데, '1주택자'는 26만8000명이다. 거꾸로 이 사람들까지 다 합해서 통계를 뽑으면 놀라운 수치가 나올 것이다."
- 종부세의 어떤 측면이 가장 잘못됐나. "종부세는 잘못 만들어져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세금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족보가 없는 정체불명 세금이다. 우리나라처럼 전국에 산재한 개인별 보유 부동산 가액을 모두 합산해 재산세를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국세를 가진 나라는 없다. 종부세법 1조 1항에 적시한 목적에서도 이미 반대로 가고 있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한다'고 했는데, 소득과 부동산 보유 규모는 비례적 관계가 아니다.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한다'고 했는데 종부세를 강화하면서 오히려 악순환적인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일어났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폭등으로 부동산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자산불평등만 확대됐다."
- 대출 규제와 함께 폭등한 집값을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지적도 있다. "공급을 늘리지 않고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종부세가 오히려 집값을 추가적으로 올리고 있는 악순환 구조다. 집값 잡는 데 가장 필요한 조건은 공급 확대다. 일부 투기세력이 집값 올렸다고 세금으로 잡겠다는 것은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 종부세 위헌소송에 납세자들이 몰리고 있다. "종부세가 위헌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조세법률주의 위반, 이중과세, 포괄위임 금지원칙 위반 등이다. 우리 헌법은 조세법률관계의 안정성과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 과세요건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요구한다. 종부세액은 '부동산 공시가격×공정시장가액비율×종부세율'의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 그런데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법에 직접 명시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법률로 정해진 것으로 볼 수 없다. 종부세 계산 시 주택수 산정에 대한 내용도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주택수 산정은 종부세의 핵심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법률에 아무런 기준을 규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민들은 시행령에 규정될 보유주택수 산정 기준이나 방식에 대해 예측가능성을 전혀 확보할 수 없다. 재산세와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해 과세하기 때문에 이중과세라는 비판도 면치 못한다."
- 기재부가 밝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8개국 보유세 부담 평균(0.53%)에 비해 한국(0.16%)이 여전히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이 주장하는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실효세율'은 GDP 대비 부동산 자산 총액비중을 이용한 일종의 '변형된 식'이다. 그런데 부동산 실효세율은 OECD를 비롯 어떠한 국제기구 및 국가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통상적으로 각종 세금에 대한 국제 비교는 'GDP 대비 세수 총액'으로 하는데, OECD 국가의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2020년 37개국 가운데 16위를 차지했다. 올해부터 인상된 부동산 세율을 적용한다면 우리나라는 상위권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에도 양도소득세를 제외한 부동산 관련 세금은 OECD 국가 중 5번째로 높고, 양도세를 포함한 세금을 놓고 보면 OECD 국가 중 영국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정부가 주장하는 부동산 실효세율에서 분모인 땅값을 측정하지 않는 나라도 OECD 국가의 절반 이상이라 국가 간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 종부세를 어떻게 개편해야 하나. "지방자치제도 활성화와 지자체의 재정독립성을 고려해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와 통합 운용해야 한다. 부나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종부세를 차라리 부유세(wealth tax)로 전환하는 것이 낫다. 프랑스와 스위스 등 7~8개국에서는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만 놓고 진짜 부자들에 대해서만 부유세를 부과하고 있다."
- '1주택자에 한해 매각이나 상속 때까지 납부유예' 방안은 도입이 어렵나. "종부세 납부유예는 기재부와 민주당에서 간간이 주장해온 사항이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 양도·증여·상속 시 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제하에 추진하는 것이다. 만약 부동산 취득가액보다 양도·증여·상속 시 금액이 더 낮다면 기납부한 이자와 유예한 종부세를 일시에 내게 돼 부담이 더 가중되는 구조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상속 및 증여세 최고세율이 OECD 최상위 수준이다. 여기에 납부유예한 종부세까지 일시에 내게 되면 그 부담이 상당할 것이다. 종부세는 납부유예와 같은 일시적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
- 고령의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고자 해도 양도세 때문에 못 판다. 퇴로는 없나. "지금으로서는 없다. 주택공급을 하지 않고 세금폭탄을 던지면서 양도차익이 모두 투기세력의 불로소득이라 주장하는 것은 경제에 대한 몰이해와 역사인식의 부족이다. 팔려고 하면 퇴로를 열어주어야 하는데, 반대로 올리는 것은 징벌적 과세라는 증거다."
- 내년 3월 정권교체가 이뤄진다고 해도 민주당이 여전히 다수당이다. 종부세를 양보하겠나. “임대차 3법, 부동산세 3법 등 지난 국회에서 소위 ‘기립입법’한 후유증으로 여당은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그에 따라 일부 입법은 수정 중에 있다. 민주당도 서울과 경기도 의원들이 꽤 많지 않나. 지금 종부세 폭탄으로 정권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원위치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