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의 변화와 쇄신을 목표로 비상설기구인 ‘정당혁신추진위원회’(이하 혁신위)를 설치했다. 활동 기간은 6개월로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유지된다. 혁신위원장으로는 30대 초선인 장경태 의원이 임명됐다. 보다 젊은 인사에게 혁신의 전권을 쥐여줘 이전과 달라진 당을 구상하겠다는 취지다. 장 의원은 민주당 당원으로 시작해 대학생위원장, 전국청년위원장 등을 거쳐 지금의 21대 국회의원직에 올랐다. 그만큼 당 구조, 문제를 그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장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준석 당대표와 같은 30대 청년 당대표를 배출할 수 없는 구조를 지녔다”며 “소수의 특권 계층이 아닌 전 세대가 공존하는 당을 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번 혁신위 설치는 장경태 의원을 비롯한 초선 의원들의 변화 요구에서 나온 측면이 크다. 장 의원을 비롯한 당 초선 의원들은 지난 4·7 재보궐선거 이후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활동 등을 통해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당이 이대로 있어선 안 되며 국민들 질책을 달게 받고 실책은 인정해야 한다는 등의 논의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컸었다”며 “이것이 당대표 면담 등을 통해 당의 중의(衆意)가 됐고 지난 11월 22일 혁신위 설치를 의결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30대 당대표 배출 어려워”
장 의원이 혁신위를 통해 구상하는 당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국민을 닮은 정당’.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정당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특정 계층이나 세대가 몰린 당이 아닌 다양한 계층·세대가 공존하는 정당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민주당은 더욱 국민과 당원 중심의 당이 될 필요가 있다.” 장 의원이 혁신위 위원의 절반 이상을 다양한 연령의 외부 인사로 구성할 계획을 세운 것도 모두 이런 이유에서다.
장 의원은 혁신위 목표를 크게 ‘정치개혁’ ‘정당혁신’ ‘국민소통’ 등 3가지로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한 혁신안은 앞으로 두 달 동안 격주로 내놓을 예정인데, 일부 내용은 이미 구체화한 상황이다. ‘동일 지역 3선 연임 제한’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 ‘지방선거 청년 의무공천’ 등이 그 일례다. “3선 연임 제한을 혁신안으로 제시한 건 실력과 노하우를 겸비한 중진 의원들이 다른 지역에서 또 다른 성과를 내며 유연한 당을 만들기 위함이다. 이는 기득권에서 탈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소급적용이 아닌 21대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청년 공천과 관련해선 “당헌·당규에 공직선거 후보자의 30%를 청년으로 공천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음에도 불구하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여성 의무공천처럼 청년 공천도 법제화할 계획이다. 청년 정책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도 이런 내용을 제안해 함께 입법화를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혁신안 논의는 1월 말까지 마치고 2월부터는 본격적인 대선 체제에 돌입하겠다는 것이 장 의원의 계획이다.
장 의원은 지난 11월 16일 ‘정당쇄신·정치개혁 의원모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지금의 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는데, 혁신위 역할은 이런 당 선대위 지원에 맞춰져 있다고도 한다. “당초 선대위가 용광로, 원팀을 강조하다 보니 공동본부장이 다수 생겼고 이로 인해 실무진들의 보고체계가 복잡해지고 느려진 측면이 컸다. 공동으로 책임을 지기보다 역할을 세분화하고 ‘낮은’ 선대위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선대위는 이를 시행착오 삼아 재정비하고 있다. 당의 혁신과 체질 개선으로 당이 이재명 후보에게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당 안팎에선 한때 선대위 내부 인사들 간 화학적 결합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콘크리트 선대위가 되기까지는 당연히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경선에서 이겼어도 이는 마찬가지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석열의 ‘청년팔이’ 진정성 안 보여”
장 의원은 당내 최연소 지역구 의원으로서 21대 총선 당선 직후부터 청년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이른바 ‘청년 정치 사다리법’ ‘청년 주거 사다리법’ ‘청년 창업 사다리법’ 등 각 분야에서의 청년 지원 정책을 다수 발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런 장 의원이 분석한 2030세대의 민주당 표심 이탈 이유는 보다 구체적이다.
“당이 2030세대가 직면한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세대 가구 소득이 증가하는 데 반해 20대 소득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지표가 곳곳에서 보였고, 아르바이트생이 점주로 바뀌는 등의 현상이 주변에서 쉽게 관찰됐다. 하지만 당은 이를 청년세대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니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조정 등 각종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청년세대의 특수성은 논의될 수 없었다. 과거엔 청년 관련 법안 공동 발의에 서명해주는 의원도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감수성 자체가 달랐던 거다. 이는 2030세대가 당을 등지는 계기로 이어졌다.”
장 의원은 또 “본인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고, 그 정당한 대가를 바탕으로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할 수 있어야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깊은 공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이 국민의힘처럼 30대 청년 당대표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는 점에도 아쉬움을 표한다. “민주당은 당대표 등의 선거를 치를 때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지자체장 등으로 구성된 중앙위원회에서 100% 컷오프하며 투표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당원 5%, 국민 여론조사 10% 비중으로 이뤄진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수를 각각 따지면 대의원의 1표는 사실상 권리당원 60표의 가치와 맞먹는다고 봐야 한다. 대의원은 지역위원장이 선임한다. 실제 민심이 당심으로 이어지긴 어려운 구조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측의 최근 ‘청년 행보’가 바람직하다고 보는 건 아니다. 장 의원은 “국민의힘 측이 지속해서 청년 팔이를 하고 있지만, 정말 청년을 위한다면 이준석 당대표부터 패싱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윤석열 후보는 입당 때부터 최근 사무총장 인선까지 모두 일방적이었다. 윤 후보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러 갈 때 권선동 사무총장을 데리고 간 것도 이해가 안 간다. 실제 당 내부에서 중재자로서 김 전 대표를 추천한 건 이준석 당대표였을 거다. 이는 이 대표를 무시하겠다는 조처다.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국민의힘 청년 당대변인에겐 그 어떤 역할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청년에 대한 윤 후보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장 의원은 이런 점들을 당 혁신안에 두루 담아 대선 승리에 일조하겠다는 계획이다. “재보궐선거 이후 더민초를 비롯한 여러 의원들의 지적으로 혁신, 쇄신이란 의제에 공감대가 커졌다. 지도부 중심의 논의 구조는 수평적 논의 구조로 조금씩 뒤바뀌고 있다. 초선, 재선, 3선 그룹끼리의 대화방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다양한 주제가 논의되는 것이 그 일례다. 당 혁신의 전기를 만들고 이것이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