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5일로 114일 남은 가운데, 여야 모두에서 후보 단일화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원한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5%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심 후보와 안 후보는 일단 “단일화는 없다”며 “하려면 나로 단일화하라”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양쪽 다 단일화를 할 경우 여야의 치열한 진영 싸움이, 둘 다 실패할 경우 복잡한 셈법의 다자 구도가 펼쳐진다. 어느 한쪽만 단일화를 이룰 경우 대선 승부는 결정적 국면을 맞게 된다.
심 후보는 14일 여권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가당치 않다”고 했다. 심 후보는 이날 언론 인터뷰들에서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에 대해 “민주당이라는 개혁 열차는 이미 탈선한 지 오래”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 후보가 “시민들이 결국 단일화 만들어주지 않겠느냐”고 한 것에 대해선, “민심을 굉장히 안이하게 보는 것”이라며 “이 후보가 나오고 나서 국민의 정권 교체 의지가 더 커졌다”고 반박했다. 본지 통화에서도 심 후보는 “(단일화는) 양당이 대변하지 못하는 수많은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배제한다”며 “그것은 우리 당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심 후보는 연정(聯政) 가능성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더는 연정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는 “승자 독식 구조하에서 타협의 정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간의 정치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했다. 이런 인식에는 자신과 정의당이 주도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여야 1·2당의 비례위성정당 설립으로 형해화된 경험이 작용하고 있다. 심 후보는 2020년 총선 참패로 적지 않은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정의당 핵심 지지층의 거부감도 있다. 정의당은 대장동 사태뿐만 아니라 이 후보의 여성가족부 명칭 변경 제안, 차별금지법에 유보적인 태도 등에 대해 “가짜 진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안 후보도 “이번 대선에서 완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국가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제가 최적임자라는 확신이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의 단일화 요구에 대해 “국민의힘이 (저에게) 양보하면 압도적으로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고 했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선 민주당을 도왔고 2017년 대선에 독자 출마한 데 이어 올해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했다. 방향성만 놓고 보면 현 여권에서 출발해 10년에 걸쳐 야권 쪽으로 오는 중이다.
안 후보 측은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결함이 있다고 보고, 자신들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생각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1·2당 후보가 모두 ‘후보 교체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안 후보가 그 지점을 공략해 ‘완주’를 키워드로 내세운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 다 타격을 입을 경우 안 후보가 대선에서 1위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쌍특검을 빨리 시행해서 거기에 대한 의혹을 다 풀고 나서 진실을 아는 국민들이 투표를 해야 된다”고 했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김동연 전 부총리와 힘을 합칠 여지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에선 “안 후보가 일단 시간을 벌기 위해 완주를 주장하고 김 전 부총리와 연대 가능성을 띄우지만, 언젠가는 우리와 힘을 합칠 것”이란 말이 나온다. 민주당 측에서도 “촛불 개혁의 완성을 위해 민주 진보 진영의 집권 연장이 필요하고 심 후보도 대의를 향한 지지층의 압박을 견디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후보는 의원 3명 갖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국민의힘은 안 후보의 중도 이미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양쪽 모두 단일화의 필요성이 있다”며 “여권의 경우 이 후보가 정의당 측에 ‘공동 정권’을 위한 실질적 제안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 수 있을지에 단일화 성패가 달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