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닝복, 선글라스 차림으로 유튜브에 출연한 정세균

여권의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최근 독설 화법으로 ‘강(强)세균’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미스터 스마일’로 대변되던 온화한 정치인 이미지만으로는 당내 대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는 여론 주도층으로 떠오른 2030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트레이닝복, 선글라스 차림으로 유튜브에 출연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국무총리 재직 시절 의사 표현을 자제해왔던 외교 갈등, 조국 사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거취 등과 같은 민감한 현안에 적극 발언하고 있다. 지난달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한 데 대해 “저놈들”이라고 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회고록을 내자 “가족의 피로 쓴 책이라는 글귀에 가슴이 아린다”고 했던 반면 야권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가족 범죄 의혹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했다.

‘노란 점퍼의 방역 총리’라는 인상을 지우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년지지모임에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나거나, 두더지잡기 게임에 몰두하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 총리 캠프 관계자는 “지역을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대선 후보가 아니라 여전히 총리로 알고 계신다”면서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을 벗어나면 청년들이 좋아해줄까 싶어서 여러 가지 다 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두더지잡기 게임을 즐기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조선DB

정 전 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코앞으로 다가온 당내 경선과 무관하지 않다. 여론조사회사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달 29~30일 전국 성인 남녀 1019명에게 차기 대선 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정 전 총리 지지율은 5.4%를 기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7.5%),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0.2%)에 이어 여권 내 3위다. 정 전 총리가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 포함된 이후 지지율 5%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선명한 메시지로 존재감을 부각하면서 지지율이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도층의 호감을 얻던 온건 이미지를 버리고 강성으로 돌아서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실제 정 전 총리 사무실에 “그렇게 말씀하셔도 괜찮냐” “원래 알던 모습과 다르다”는 지지자들의 전화도 걸려오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