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30일 김오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신년 특별사면 발표를 하고 있다./김지호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직후 검찰 내부망에 “부정부패 척결하겠다던 수사팀의 의지가 안타깝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수사 동력이 상실되는 상황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 노고를 격려한 것이다. 인사청문회 직전 드러난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 후보자의 이 같은 언급은 향후 여권 내부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6월 12일자 검찰내부망 ‘이프로스’를 보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던 김 후보자는 ‘수라(修羅)의 길이 검사들의 숙명’라는 제하의 게시글을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사망한 지 3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여 전 국민의 애도 속에 장례식이 거행되었고, 검찰의 총수인 임채진 검찰총장님이 사퇴하셨다”며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던 수사팀의 굳은 의지가 안타까운 상황 속에 이렇게 조금은 아쉬운 결과로 막을 내리고 있다”고 썼다.

이인규 중수부장이 지휘했던 수사팀을 특별히 거론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중수부장님 이하 수사팀이 검찰을 대표해 최선을 다해 수사하였고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사실은 검찰 가족들에게 오랫 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수사팀의 의지와 용기에 진심으로 위로와 격려,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랜 산고를 겪으며 어렵고 힘들게 오늘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대검 중수부 수사팀을 옆에서 지켜 보았기에 만감이 교차한다”며 “수사팀은 4개월이 넘는 길고 긴 수사기간 동안 단 하루 밖에 쉬지 못한 채 밤낮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는 ‘박연차 게이트’를 부정부패로 규정하는 동시에 검찰수사가 정당하다고 역설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후보자는 “승락을 얻어서 이렇게 전재(轉載)한다”면서 상급자였던 서울중앙지검 최재경 3차장의 신문 칼럼을 함께 이프로스에 게재하기도 했다. 당시 최 차장은 칼럼에서 노 전 대통령 사망 직후 검찰에 쏟아지는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 대해 “과연 우리 검찰이 이 정도까지 비난받아야 할 큰 잘못을 저질렀는가”라며 “수사를 하다 보면 정치권·기업·관계(官界), 심지어 내부에서까지 적군이 늘어나는 암담한 상황에서 검사의 잘못과는 무관하게 자해 사건이 나거나 사람이 죽기도 한다”고 썼다.

여권 대다수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에 나선 배경으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지목하고 있는데, 정권의 검찰총장 후보자는 정반대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를 가리켜 임기말 칼을 거꾸로 잡을 수 있는 검찰주의자”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 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은 “김 후보자가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에 대한 판단을 아직까지는 하기 어렵다”면서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했었다.

김 후보자는 검사재직 시절 업무망인 이프로스에 어떤 취지의 글을 올렸느냐는 야당의원 질의에 “제3자 뇌물수수죄에 있어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판례를 소개하는 내용 등으로 기억한다”고 답변했다. 노 전 대통령 직후에 올린 게시물에 대해서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대표적인 친문(親文)검사인 김 후보자가 이명박 정권 때는 또 다른 소리를 했던 것”이라며 “김 후보자가 반노(反盧)의 기억을 선택적으로 떠올리지 않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검찰 내부망에 올린 격려글/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