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불붙으면서 당권 도전을 선언한 주자들이 잇따라 최대 텃밭인 영남권을 찾았다. 주호영(왼쪽부터) 의원은 지난 21일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한번 출마 선언을 했고 나경원 전 의원은 24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찾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24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연합뉴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초선·소장파 후보들을 공개 지지하자 중진 후보들이 반발했다.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원외 이준석(36) 전 최고위원과 초선의 김웅(51)·김은혜(50) 의원이 선전하고 유력 지자체장들까지 지원하면서 야당 전당대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주호영(61) 의원과 나경원(58) 전 의원 등 중진들은 전통적 지지층 확보와 함께 여론조사에서 선전하는 소장파를 견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오 시장은 23일 밤 페이스북에서 “방금 0선(이준석 후보를 ‘0선’으로 표현), 초선들(김웅·김은혜 후보)이 자체적으로 벌인 토론회를 유튜브로 봤다”며 “발랄한 그들의 생각과 격식 파괴, 탈권위적 비전을 접하면서 우리 당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고 했다. 오 시장은 특정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자신의 서울시장 당선에 역할을 했던 이 전 위원을 공개 지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원 지사도 2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젊은 후보들의 돌풍은 당의 변화를 상징한다”며 “저 원희룡은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고 함께하겠다”고 했다. 원 지사 측은 “당의 변화와 혁신을 지지한다는 취지의 글”이라고 했지만, 소장파 후보들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김웅 후보는 “그동안 당의 변화를 이끌어오시던 원희룡, 오세훈 선배님들의 응원도 뜨겁다”고 했고, 이 후보는 “지금의 제 나이 때부터 항상 당의 개혁을 위해 큰 목소리 내주신 원 지사님, 이번에는 그 오랜 의기가 꽃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중진도 반격에 들어갔다. 나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서 오 시장을 향해 “시정(市政)이 바쁜데 전당대회에 너무 관심이 많다”며 “아무래도 본인에게 편하고 만만한 당대표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오 시장이 차기 서울시장 공천이나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자신과 가까운 이 전 위원을 미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주호영 후보와 가까운 5선의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스무 살 더 많은 필 미켈슨(51)이 브룩스 켑카(31)보다 드라이버 거리를 더 내면서 PGA(미국 프로골프) 메이저 대회에서 최고령 우승했다”며 “경륜이 패기를 이겼다. 노장들아, 기죽지 마라”고 했다. 3선 김태흠 의원은 “이준석 후보는 그간 행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기는커녕 비난하기 바빴고 심지어 등을 돌린 채 몇 차례 당적까지 변경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중진과 소장파는 자동차를 두고 논쟁도 벌였다. 나 후보가 “이번 당대표는 예쁜 스포츠카를 끌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짐을 잔뜩 실은 화물 트럭을 끌고 좁은 골목길을 가야 한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나 후보가 자신을 ‘화물 트럭’, 소장파를 ‘스포츠카’에 빗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자 이 후보는 올 초에 전기차를 주문했다면서 “깨끗하고, 경쾌하고, 짐이 아닌 사람을 많이 태울 수 있고, 내 권력을 나누어줄 수 있는 그런 정치 하겠다”고 했다. 주 후보는 “저 주호영이 스포츠카든 화물차든 전기차든 카니발이든 문재인 운전자를 끌어내리고 베스트 드라이버를 모시는 정권 교체 꼭 이루겠다”고 했다.

소장파 후보의 선전이 계속될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당원 투표에서는 주호영·나경원 후보의 양강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영남과 50·60대 이상이 주축인 당원들의 표심이 여론조사에서 보인 민심을 따라간다면 이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는 후보 5명을 추리는 예비 경선에선 5대5, 본경선에선 7대3으로 반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