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씨. /TBS

친여(親與) 성향 TBS(교통방송)가 김어준, 주진우, 이은미씨 등 외부 진행자들에게 서면 계약서 없이 구두(口頭) 계약만으로 회당 수십만원에서 100만원 이상의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BS는 ‘김어준씨의 회당 출연료 200만원’ 논란에 대해서는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야당은 “지자체 출연 기관은 명문 규정에 따르지 않고는 예산 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TBS의 탈법적 출연료 지급 행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3일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TBS는 김씨에 대한 출연료 확인 요청에 대해 “외부 진행자는 관례에 따른 구두 계약으로 별도의 계약서는 없다”며 “출연료는 민감한 개인소득 정보에 해당해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TBS는 ‘구두 계약만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관련 규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TBS 내부 규정에도 출연자 계약서 작성에 대해선 명문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출연기관 예산 집행 기준에 따르면 법령, 조례, 정관, 내부 규정 등 정당한 사유가 없이는 예산 집행을 못 하도록 돼 있다.

김씨의 회당 출연료가 200만원이라는 주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제보를 받았다며 처음 제기했다. 당시에도 김씨 출연료를 공개하라는 국회와 서울시의회의 요구가 이어졌지만, TBS는 “김씨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다”며 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200만원이라는 액수 자체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TBS는 서울시에도 외부 진행자들의 출연료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김씨의 출연료가 200만원이 맞는다면 TBS의 제작비 지급 상한액의 2배에 해당한다. TBS 제작비 지급 규정에 따르면 라디오 진행자는 100만원을 상한액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의 방침에 따라 상한액을 초과한 제작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예외 규정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윤한홍 의원은 “다른 지상파 방송의 경우 라디오 고정 진행자와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TBS가 계약 절차와 내부 규정도 무시한 채 거액의 출연료를 주는 것은 ‘친정권 방송’에 대한 보상은 아닌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주 내로 TBS에 대한 업무 보고를 받은 뒤 편파성 해소에 대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TBS가 서울시 출연 기관이지만 독립 법인인 만큼 시장이 인사나 편성 등에 직접 개입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출연 기관 관련 조례를 보면 어느 정도 통제할 여지가 있고, 오 시장이 후보 시절 언급한 재정 지원 중단 방안도 있다”면서도 “부동산과 코로나 대응 등 현안이 시급하기 때문에 TBS에 대한 조치가 당장 이뤄지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김씨를 TBS에서 퇴출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는 이날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