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여의도 윤중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 시민들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재·보궐선거로는 이례적으로 투표율이 50%를 넘는 등 높은 열기 속에 치러졌다. /연합뉴스

여야는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야당이 잘했다기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자리와 부동산 등 경제정책 실패와 무능, 174석 더불어민주당의 오만과 여권 인사들의 반(反)공정, 내로남불 등이 민심 이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소속 의원은 “우리가 선거 원인을 제공한 데다 부동산 실패 등으로 정권 심판의 불길이 거셌다”며 “잘못을 했으니 국민에게 매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공동선대위원장은 “야당이 잘했다기보다 문재인 정권 4년의 무능과 실정, 거짓말·위선이 국민에게 들킨 결과”라고 했다.

민주당의 선거 승패는 문 대통령 지지율과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 이번 선거 직전 한국갤럽 정기 조사(4월 첫 주)에서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32%에 불과했고, ‘못하고 있다’가 58%였다. 꼭 1년 전 민주당이 압승한 21대 총선 직전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가 59%, ‘못하고 있다’는 33%였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1년 전과 정반대로 뒤집히면서 이번 선거의 승패도 갈렸다.

①부동산 실패와 무능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정책 실패다. 출범 초부터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주 40시간 이상 정규직 일자리는 200만개 가까이 줄고 세금으로 ‘단기 알바’만 크게 늘렸다. 결정타는 부동산 실정(失政)이다. 24번의 대책에도 집값은 계속 뛰었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 대란’이 벌어지면서 임대·임차인 모두가 피해를 봤다. 선거 직전 공시지가 재조정으로 세금 부담까지 크게 늘었다.

취임 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쳤던 남북 관계는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아무 진전이 없다.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사무소를 폭파했고,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사살 후 소각했다. 선거 며칠 전까지 탄도미사일을 쐈다.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무능을 심판하자”고 했고, 여당도 “반성한다”며 일부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책 대결보다 야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비방)에 집중했다. 자신들의 무능을 정치 혐오로 덮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장 선거 연령별 득표율 변화

②반(反)공정과 ‘내로남불’

이런 와중에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도 다시 불거졌다. 조국·윤미향 사태에 이어 이번 선거 직전 LH 사태가 터졌다. 들끓는 부동산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발표한 3기 신도시 공급 계획이 나오자마자 LH 직원들이 해당 토지를 미리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당 의원들도 투기로 의심되는 토지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여기에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의원의 전셋값 ‘꼼수’ 인상은 ‘내로남불 정권’을 공인받는 계기가 됐다. 민주당 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선거운동 기간 중 자신의 자식들에게 입시, 취업 등에서 혜택을 주는 ‘민주화유공자법’을 발의하려다 청년 세대의 거센 반발을 샀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공정과 정의를 중시하는 2030 세대가 문재인 정부의 표리부동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했다.

③성추행과 오만

작년 총선 이후 민주당의 ‘태도’도 문제였다. 180석 가까이 차지한 후 18개 국회 상임위를 독식했다. 야당을 무시하고 공수처법 등 국가 사법 체계를 흔드는 법안을 일방 통과시켰다. 수사권을 뺏기 위해 검찰총장을 징계하고 쫓아냈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이른바 ‘문재인 당헌’을 뒤집고 보궐선거에 후보를 냈다. 박영선 캠프에는 남인순·진선미·고민정 등 이른바 ‘피해 호소인’ 3인방이 포진했다. 서울의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오만했다”며 “‘검찰 개혁' 등 내부 의제에만 몰두해 민생을 외면했다”고 했다.

④K방역 부진과 야권 단일화

지난 총선까지 여권에 호재로 작용했던 정부의 코로나 방역은 이번 선거에선 악재가 됐다. 선거 전날인 6일 국내 확진자는 668명으로, 1월 8일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한 정부가 찔끔찔끔 접종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려 한다는 비판도 더해졌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경제정책 실패, 남북 관계 악화, 검찰 개혁 피로감 등 긍정적 평가를 내릴 만한 분야가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 잘못으로 인한 ‘반사 이익’ 외에 야권 승리 요인으로 꼽을 만한 것은 야권 단일화였다. 그동안 민주당과 손잡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번엔 국민의힘 편에 섰다. 국민의힘 박성중 공동선대위원장은 “오세훈 후보가 1차 나경원, 2차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