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여야(與野)는 5일 견제와 견인이라는 자신의 목적을 뚜렷이 드러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윤 전 총장이 ‘우리 편’이라고 서로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배신자’ ‘정치 검사’라는 낙인을 찍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이 이제 야당 사람이 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윤 전 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이날은 “정권에 반발해서 사표를 던진 만큼 지금부터는 야권에 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변화해서 일반 국민의 호응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면 본인도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한국 정치에서 중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기호 2번 숫자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대선에서 제3지대가 성공한 적이 없다는 점을 윤 총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충청권·율사(律士)들을 주축으로 이른바 윤석열계 세력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확실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인 만큼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세력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일 대구지검·고검을 방문해 직원 간담회를 마치고 차에 오르고 있다. /김동환 기자

먼저 들썩이는 건 국민의힘 충청권 의원들이다. 윤 전 총장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지만,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공주 출신이다. 이 때문에 야당 충청 의원들은 “윤 전 총장이 김종필·이회창·반기문으로 이어지는 ‘충청대망론’을 담을 그릇”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명수(4선, 충남 아산갑) 의원은 “한 시대의 시대정신을 대표했던 윤 총장이 공적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는 게 충청권 의원으로서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정진석(5선, 충남 공주·부여·청양)의원도 “지금은 정치 결사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검찰을 박차고 나온 배경에 대해 청년들에게 강연으로 설명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앞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윤석열 효과’를 통해 자신들의 주도권을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가 제1야당 입성이냐, 제3지대의 새로운 세력화냐는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달렸다는 평가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면직안을 재가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윤석열 전 총장 자택 앞에 지지자가 보낸 벚꽃이 대검으로부터 옮겨져 있다./뉴시스

국민의당은 “윤석열·안철수의 결합이 대선에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며 이른바 ‘철석(안철수+윤석열) 연대’를 주장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한다면 중도 성향의 안철수, 박형준 중심으로 리더십이 재편될 것”이라면서 “수도권 안철수, 충청권 윤석열, 영남권 박형준이 결합한다면 ‘철석연대’로 대선 판이 새롭게 짜여질 수 있다”고 했다. 안철수 대표도 이날 라디오에서 “윤 총장이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태주시는 역할 하시면 좋겠다는 것이 제 희망”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이념적으로 중도·보수, 지역적으로는 영남·충청을 아우른다면 반(反)민주당 정서를 기반으로 야권의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윤석열 효과’의 사전 차단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의 사퇴를 정치 진출을 위한 ‘기획 사퇴’로 규정하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공직자로서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이라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윤 총장은 권력욕에 취해 직위를 이용한 최악의 총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배신자’라는 비판도 나왔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국민을 배신한 정치 검찰의 말로를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했고, 신동근 최고위원도 “윤 총장이 돈키호테같이 ‘별의 순간’을 꿈꾸다가 ‘벌(罰)의 순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윤 총장의 어색해 보이는 사퇴”라면서 “정계 진출에 대해서는 한번 여쭤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