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치개혁 TF 신동근 단장과 장경태, 이정문, 김남국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 법안 발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3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했다. /뉴시스

김남국·김용민·최강욱 등 ‘친(親)조국파’로 불렸던 여권(與圈) 의원들이 작년 9월 발의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공직자윤리법 개정법률안, 일명 ‘이해충돌 방지법’을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은 본래 국회의원이 상임위에서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등 재산상 거래를 명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 일각에선 작년 8월 남부지법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 선고받은 손혜원 전 의원이 해당 법에 저촉될 수 있음을 고려해 법안을 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작년 9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일명 ‘이해충돌 방지법’은 이날 운영위에서 철회됐다. 해당 법안은 당초 국회의원이 상임위에서 취득한 정보로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등 재산상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하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철회된 이 법안의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엔 “국회의원이 상임위에서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등 재산상 거래를 하기도 하는바, 국회의원 신뢰도 제고를 위해 이해충돌 방지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음. 이에 상임위원이 해당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된 영리행위 또는 사적 이익 추구행위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징계할 수 있도록 하며, 상임위원의 결격사유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여 이해충돌 상황을 해소하려는 것임(안 제40조의2 등)”이란 내용이 명시돼 있다.

또한 신설조항으로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한 부동산·유가증권 등의 재산상 거래를 하는 행위 금지(제40조의24호)’가 들어가 있었다. 이 법안은 김남국 의원 외 더불어민주당 진성준·고민정·오영환·김승원·전용기·장경태·김용민·신정훈·민형배 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등 11명이 발의했다.

김남국 의원은 이 법안을 철회하는 대신 지난 12월 또다른 ‘이해충돌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김남국 의원 외 이재정·신동근·김승원·오영환·천준호·진성준·홍기원·신정훈·장경태·권인숙·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은 9월에 발의한 ‘이해충돌 방지법’보다 완화됐다.

법안의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등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다양한 법안들이 마련되고 있으나 국회의원의 경우 국민의 생명, 생계와 생활, 권리에 관계된 모든 의안의 심의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이해충돌 가능성의 영역이 광범위할 수밖에 없음. 이에 따라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여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제고하고자 함’으로 바뀌었다.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위반할 시 징계하겠다는 내용이 빠진 것이다. 9월 법안의 신설조항이었던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한 부동산·유가증권 등의 재산상 거래를 하는 행위 금지(제40조의24호)’도 빠졌다.

조수진 의원은 “법 개정안을 철회하는 건 사실 대단히 드문 일”이라며 “국회의원이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거래를 못하도록 했던 ‘이해충돌방지법’은 은근슬쩍 철회하고, 이 같은 조항을 뺀 유명무실한 법안을 다시 발의해놓고 ‘이해충돌방지법’을 내놨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 일각에선 “작년 8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손혜원 전 의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손혜원 전 의원은 작년 8월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손 전 의원은 2017년 5월 목포의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미리 파악한 뒤 2019년 1월까지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법정구속은 면한 상태다.

9월 발의한 ‘이해충돌방지법’을 철회한 김남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정치개혁 TF(태스크포스)’ 소속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치개혁 TF’ 소속 의원인 신동근 단장과 김남국·이소영·이정문·진성준·천준호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했다. “정치개혁TF는 제2의 박덕흠 사례를 막기 위해 지난해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을 발의한 바 있지만 여전히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야당 의원은 “누가 들으면 야당 때문에 법이 통과 못한 줄 알겠다”면서 “가장 예민한 조항이 있었던 법안을 민주당이 자진 철회해놓고 또 남탓으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