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KBS가 부동산 개발과 임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달라며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KBS가 방만 경영에 대한 자구 노력을 하기보다는 수신료 인상이나 부동산업을 통해 경영 적자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BS는 그동안 정부 기조에 맞춰 부동산 투기와 과도한 임대료 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해왔다.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KBS 전략기획실 임직원들은 지난 25~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KBS가 보유한 부동산을 개발하거나 임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재정을 충당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KBS의 보유 자산 임대·개발 운영을 가능하게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 의원이 제기한 방송법 개정에 다른 여야 의원들이 동참해달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현행 방송법에는 공영방송인 KBS가 자산을 활용해서 부동산 개발이나 임대를 할 수 있게 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KBS가 과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한 9장 분량의 설명 자료에는 “현행 방송법에는 KBS 보유 부동산 등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어 공적 책무 이행에 장애가 되므로 정비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료에는 “재난방송 시스템 정비, 세계 한류 확산, 노후 시설 정비 등을 하기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선 부동산 자산을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적혀 있다. KBS 측 인사를 만난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를 찾아온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보도 분야에서 간부를 지낸 분이라서 면전에서 부정적인 답을 주기 곤란했다”고 말했다. 보도 기능을 갖고 있는 KBS가 국회를 상대로 일종의 압력을 제기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KBS는 전국에 있는 송신소·중계소 건물 등을 포함해 2019년 기준 총 4500억원대에 달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있는 KBS 연구동 건물과 여의도 샛강역 앞 KBS 별관은 부동산 개발을 통해 임대 사업을 하게 되면 상당한 수익을 얻을 전망이다.
야당은 KBS가 수신료를 올리거나 부동산 개발을 통한 이익 사업을 하기에 앞서 방만 경영의 원인이 되는 내부의 비효율적인 조직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해 KBS 적자가 795억원인데 2급 이상 고위직 임직원 비율이 56%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게 적자 구조의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KBS는 이날 정기이사회를 열고 수신료를 현행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올리는 조정안을 상정했다. 수신료 인상안은 앞으로 공청회, 여론조사, KBS 공적 책무 강화 방안 제시 등의 절차를 거쳐 이사회 심의 후 결정된다.
KBS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KBS가 보유한 오래되고 낡은 청사를 신축하거나 증축할 때 외부 투자 없이 자체 예산으로만 하도록 하는 규정을 고쳐달라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지, 부동산으로 임대 수익을 내서 돈을 벌겠다는 차원이 아니었다”며 “국회도 전략기획실로 발령난 지 얼마 안 돼서 인사차 갔을 뿐 방송법 개정만을 위해 간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번에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하면서 2023년까지 직원 1000명을 줄이겠다는 등의 경영혁신안도 내놨다”며 “자구 노력이 없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