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27번째 장관급 인사다. 박 장관은 28일 임기를 시작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고 박 장관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단독으로 의결했다. 회의 시작 2분 만이었다. 문 대통령이 전날 27일까지 보고서를 보내 달라고 다시 요청하자 야당을 ‘패싱'하고 숫자로 밀어붙인 것이다. 야당과 시민단체, 법조계는 박 장관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즌2를 예고할 것”이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해왔다. 작년 추 장관도 국회에서 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됐으나 문 대통령이 임명을 밀어붙인 바 있다. 국민의힘은 “공동 폭행 혐의로 기소된 법무부 장관, 택시 기사 폭행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법무부 차관은 상상조차 못 할 일”이라며 “법무부를 범법부로 전락시킨 정부·여당의 오만과 독선에 국민의 분노가 쌓이고 있다”고 했다.
추미애 장관은 이날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영원한 개혁은 있어도 영원한 저항은 있을 수 없다”며 ‘검찰 개혁’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검찰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분명하고도 불가역적인 역사적 선례를 만들어냈다”고도 했다. 지난해 1월 2일 취임한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하려다 391일 만에 사실상 경질됐다. 추 장관은 이날 이임식 후 자신을 기다리던 지지자들 앞에서 “검찰 개혁이라는 대장정에 노무현 대통령이 희생하셨고, 한명숙 전 총리가 온갖 고초를 겪으셨고, 조국 전 법무장관이 가족까지 다 수모를 당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추 장관 지지자들은 “사랑해요 추미애”를 연호했다. 박범계 장관은 이날 취임을 앞두고 “검찰 개혁·법무행정 혁신 과제를 집약해 추진하겠다”며 “인사 구상이 없지는 않으나 현재로선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