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고위원 간담회 마치고…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3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새해 첫날 꺼낸 ‘이명박·박근혜 사면’ 카드가 여권(與圈)에서 역풍(逆風)을 맞고 있다.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이 대표 사퇴까지 요구하며 반발했고, 10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들도 “사면 불가” “시기상조”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3일 “이 대표가 사면 카드를 꺼내기 전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쳤고 대통령의 의중도 어느 정도 살폈다”고 했다. 이 대표도 이날 “반목과 대결의 진영 정치를 뛰어넘어서 국민 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가야 한다는 오랜 충정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사면 문제를 염두에 두고 “국민 통합을 통한 정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신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사면 제안을 하기 전까지 민주당 최고위원 상당수는 사전에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도 사면 관련 발언 후 최고위원을 비롯한 다수 의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면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 대표 측에선 사면 제안과 관련해 “이 대표가 상당 기간 고민해온 제안”이라고 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오는 14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 대표가 사면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왔다”고 했다. 여권의 한 원로는 “이 대표와 가까운 정치 원로들이 국민 통합 차원에서 이 대표에게 ‘사면 문제를 당신이 짊어지라’는 조언을 했고 이 대표도 공감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문제는 문 대통령과 교감 수준이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 교감 없이 사면 카드를 독단적으로 꺼냈을 가능성은 없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지난 12월 문 대통령과 여러 차례 독대하면서 문 대통령 의중을 살핀 뒤 사면 카드를 꺼내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여권 인사가 지난달 21일쯤 ‘이 대표가 대통령에게 이·박 사면을 건의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뜻과 함께 의견을 물어왔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그로부터 닷새 후인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났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12월 19일 청와대 회동 때는 개각 등 인적 쇄신 문제를, 26일 독대 때는 소통과 국민 통합, 정치 안정을 대통령께 건의했는데 사실상 사면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대표 제안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사면합시다’라고 확답을 주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과의 교감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런 일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논란이 확대되는 걸 막자는 뜻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사면 여부는 이 대표가 여권 내 반발을 어떻게 설득할지에 달렸다. 정치권에선 오는 14일 대법원의 박 전 대통령 확정 판결 선고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데 그때까지 이 대표가 사면 반대 여론을 얼마나 잠재우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장 이 대표 주재로 이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간담회에선 사면 문제와 관련,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며 당원들 의사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여권 관계자는 “당내 반발로 일단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며 “결국 문 대통령에게 키가 넘어간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