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후보자 주변에 설치된 비말 가림막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걸어둔 문구들이 비친다./이덕훈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듯한 과거 언행에 대해 10차례 이상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노동자와 관련한 ‘막말’이 나온 배경에 대해 “그 당시는 제가 (교통이 아니라) 건설 쪽에만 너무 치중되어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했던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는 “여성들은 화장(化粧)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아침 식사가 조심스러웠다는 의미”라고 말해 또 다른 논란을 빚었다. 야당은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품격도 갖추지 못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변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부터 “4년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발언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서 질책해 주신 사항에 대해 무거운 심정으로 받아들인다”고 사과했다. 그는 SH 사장이던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자 김군을 언급하며 “걔만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했었다.

여야 의원들은 질의 순서가 돌아올 때마다 이 발언을 문제 삼았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김군 어머니가 “우리 아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사실만은 밝히고 싶다”며 오열하는 육성(肉聲)을 청문회장에서 틀고, “생명과 인권 감수성이 박약한 사람에게는 중요한 정책 결정 자리를 내줘선 안 된다”고 했다. 변 후보자는 청문회 전날 산재 사고 유가족의 단식 농성장에 카메라를 대동한 채 들이닥쳐 “제가 건설 현장과 관련한 일만 하다 보니 교통을 잘 몰랐다”고 일방 사과해 논란을 일으켰다.

변 후보자는 맞춤형 공공 임대주택(셰어하우스) 거주자들에 대해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가난한 사람은 외식도 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비약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공유 주택 입주자가 케이터링(뷔페식)으로 아침을 사먹는 것은 실제 식사 문화와 다르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여성은 화장 때문에 아침을 먹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고 했다. 그러자 “여성을 비하한 것이냐”는 반발이 나왔고, 민주당 소속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도 변 후보자에게 “성인지 교육을 잘 받겠다는 다짐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변 후보자가 SH 사장 시절 동문·지인들을 ‘낙하산 채용’ 하거나 ‘일감 몰아주기’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민의힘이 입수한 SH 노조 문건엔 2017년 10월 SH 노조위원장이 서울시청에 찾아가 이런 내용을 탄원하자 당시 박원순 시장이 “경험이 부족한 교수의 실수니까 그냥 봐줘”라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변 후보자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주문에 따라 공기업 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편하신 분들로부터 반발도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변 후보자는 최근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발의한 ‘1가구 1주택법(주거기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이 주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정안) 정신에 찬성한다”고 했다.

변 후보자는 신림동 연립주택에서 살다 40평대 방배동 아파트로 옮긴 이유에 대해 “차녀를 장모가 키워야 하기 때문에 세종대 가까운 방배동으로 이사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변 후보자는 2004년 8월 3일 방배동에 전입했고, 차녀는 이사 며칠 뒤 미국으로 출국해 위스콘신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위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