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0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의원들은 대부분 “헛된 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일부에선 “안 대표 출마가 선거 판도를 흔들진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지만 안 대표가 언급한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 가능성에 긴장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안 대표 출마에 대해 “후보 경쟁력은 별로”라며 출마 선언을 깎아내렸다.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기획단장인 김민석 의원은 “안 대표는 끊임없이 말을 바꾸고, 선거마다 출마하는 정치인”이라며 “과정과 결과가 어떻든 다음 대선에 또 나올 것”이라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출마 선언은 했으되 완주를 못 할 것 같은 느낌”이라며 “국민의힘 바짓가랑이를 잡은 건데, 그럴수록 털 빠진 새가 된다는 것을 진정 모르는가, 바보같이”라고 했다. 유기홍 의원은 “헛된 꿈 꾸지 마시라”며 “변절자의 말로는 결국 낙선”이라고 했다. 박찬대 의원은 “찰스 형(안 대표) 보면 왜 사람들이 정치하는 이들을 걱정하는지 이해하게 된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안 대표와 국민의힘 간 후보 단일화가 수월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민주당 일부에선 “안 대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 물꼬를 틀 경우 여당의 보궐선거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기류도 흘렀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게 됐다. 민주당으로선 ‘여당 책임론’을 안고 치러야 한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런 상황에서 2011년 보궐선거 때 박 전 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했던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킬 경우 여당으로선 선거 구도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내심 서울시장 선거 판도가 결국에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판단해왔다. 최근 주요 선거에서 나타난 서울 유권자 지형도 민주당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2년 반 전 전국 동시 지방선거 때 민주당은 서울시 25구(區) 중 24구 구청장을 배출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 반년 만에 치러진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서울 49선거구 중 41곳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는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성사하고 범(汎)여권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각각 후보를 내게 될 경우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실정(失政) 논란과 코로나 대확산,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논란 등으로 인해 정부·여당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야권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정부 견제론’이 증폭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57%로 나타났다.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29%였다.
안 대표 출마 선언으로 민주당 후보군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선 4선(選)의 우상호(58) 의원이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박영선(60)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주민(47) 의원이 출마를 고민 중이다. 각종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박 장관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추미애(62) 장관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서울에서 5선 의원을 지낸 추 장관은 법무장관 임명 전만 해도 박영선 장관과 함께 여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가 후년 대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선 주자급 인사를 차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