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으로 내정된 변창흠 후보자의 과거 발언 때문에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당안팎에서는 부동산 민심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 장관 교체를 계기로 국면을 전환해보려 했는데 오히려 악재가 더 커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19일 본지에 “변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다”며 “지도부도 변 후보자를 놓고 여러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야 하는 상황인데 논란이 더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된 변창흠 전 LH 사장과 문재인 대통령, 김현미 장관(오른쪽부터). photo 뉴시스

변 후보자는 SH사장으로 근무했던 지난 2016년 6월 비공개 임원회의에서 했던 말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변 후보자는 당시 공유주택 구상을 논의하며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서 먹지 미쳤다고 사서 먹느냐”고 했다. 또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와 관련해서도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이 논란이 되자 변 후보자는 전날 3줄짜리 입장문을 내고 “심려끼쳐 죄송하다”며 짧게 사과했다.

여권 관계자는 “변 후보자가 사과를 하긴 했지만 그와 관련한 제보가 야당에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며 “더 큰 것들이 나온다는 말이 있어서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23일 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일단은 변 후보자 엄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직 청문회도 통과되지 않은 변 후보자를 부동산 현장에 데리고 다니며 사실상 신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변 후보자 구상을 협의하라”고도 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변 후보자가 ‘말실수’를 하긴 했어도 결정적인 도덕성이나 자질 문제가 제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벌써부터 문 대통령에게 변 후보자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등 순탄치 않은 청문회를 예고하면서 민주당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이상 김현미에 질린 국민을 변창흠으로 질식시키지 말기 바란다”며 변 후보자 자진사퇴도 요구하는 중이다. 다만 국민의힘 등 야당이 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해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변 후보자를 둘러싼 여론의 비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변창흠 장관님. 못사는 주제에 밥 사먹어 죄송하다”며 “집은 작아도 와이프와 아들 맛있는거 먹게 해 주고픈 맘에 제 주제를 잊었다. ‘영끌’해서 강남 부촌 큰 아파트 시세차익 엄청 챙기면서 사시니 당연히 모르시겠지만요”라고 변 후보자를 비꼬았다. 이밖에 “이 정권은 하루하루 레전드(전설)를 쓰는 것 같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