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9일 새벽. 경기 김포 한강 철책에서 해병 2사단 이주은 소초장(27·당시 중위)이 갈대 제거 작전을 하고 있었다. 한여름 갈대가 무성하게 자란 탓에 전방 감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쾅!” 예초기를 돌리던 소초장의 왼발 아래에서 지뢰가 터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뻘건 피가 흥건했고 왼발 일부가 보이지 않았다. 오전 6시 27분이었다.
이주은 대위(진)는 17일 제11회 위국헌신상 시상식에서 본지와 만나 “당시 정확한 시각까지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소초장님!” 하고 부하들이 달려왔지만 이 대위(진)는 “지뢰가 또 있을지 모른다”며 “가까이 오지 마라. 물러서라”고 말했다. 그리고 10를 혼자서 이동해 안전 지대까지 나왔다. 26세 나이에 왼발을 잃은 이 대위(진)는 “이렇게 인생이 끝나나, 처음엔 정말로 좌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10여년 전 아버지와 사별했던 홀어머니의 외아들이다. 어머니는 20대 나이에 큰 부상을 당한 아들 앞에서 자주 울었다고 한다.
이 대위(진)는 “입원실에서 해병대 소초원들의 편지를 보고 군생활을 계속 하겠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이 대위(진)는 당시 비번(非番)임에도 근무를 자청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자기를 희생하는 소초장님 모습에 감동받았다’ ‘어서 빨리 건강하게 돌아와주셨으면 좋겠다’ 등 내용이었다. 부대 관계자는 “병원 치료 중에도 본인보다 소초원들을 더 걱정했다”고 했다. 6개월 입원을 마치고 지난 2월 복귀한 그를 해병 2사단 동료들은 따뜻하게 맞아줬다. 현재 대대 작전군사장교 직책을 수행 중이다.
2018년 해병대 장교 학군 63기로 임관했던 이 대위(진)는 사고 이후 장기 복무를 결심했다. “사고 이후 느꼈던 ‘진정한 전우애’에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해병대로 복무했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뜻을 잇겠다는 결심도 있었다. ‘사고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으냐’ ‘해병대 자원에 후회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며 “차라리 지뢰를 제가 밟아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그날 제가 작전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제 부하 병사들이 예초기를 돌려야 했을 겁니다. 그럼 또 누군가 사고를 당했을지도 몰라요. 제 소초원이 저처럼 사고를 당했다면 그게 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을 겁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