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이 지난 6.25 기념식에서 '6.25의 노래'가 나오자 주먹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조선일보DB

6·25 전쟁 영웅인 최영섭(93) 예비역 해군 대령이 장학금 3000만원을 해군 전사자·순직자 자녀들에게 기부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부친인 최 대령은 6·25 전쟁 때 해군 최초 전투함인 백두산함 갑판 사관으로 대한해협해전에 참전했다. 이 전투는 해군의 첫 승전으로 기록됐다.

5일 해군에 따르면 최 예비역 대령은 이날 서울 해군호텔에서 열린 ’2020 해군 역사세미나' 행사에서 해군 전사·순직자 자녀를 돕는 데 써달라며 ‘바다사랑 해군장학재단’에 3000만원을 쾌척했다. 최 대령은 2018년에도 3000만원을 같은 재단에 기부했었다.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던 권영수(왼쪽부터) 해병2기 동기회장,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허영철 인천상륙작전 참전용사회장이 상륙작전 현장에서 당시를 회고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한국해양소년단 고문인 최 대령은 “노병(老兵)이 지난 93년의 기나긴 세월을 되돌아볼 때, 조국 대한민국과 해군의 품 안에서 보람있게 살아왔고, 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바다사랑 해군 장학금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했다.

최 대령은 “적은 금액이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들의 자녀를 위로하고 해군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최영섭 예비역 대령(앞줄 흰 정복)이 충무함 함장일 때 모습. 당시 김옥길 이화여대 총장(앞줄 왼쪽에서 둘째) 일행이 충무함을 방문했다./조선일보DB

이에 대해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최영섭 선배님께서 모군을 향해 보여주신 사랑과 관심은 해군 전 장병 및 유가족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우리 군의 명예와 자긍심을 크게 높여주셨다”며 “백척간두의 위기 속에서 의연하게 조국을 구하신 선배 전우들의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했다.

대한해협해전은 해군 최초 전투함인 백두산함(PC-701)이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6일 새벽 무장병력 600여 명을 태우고 동해상에서 남하하던 북한 1000t급 무장수송선을 격침, 6·25전쟁 양상을 바꾼 첫 승전이다.

최 대령은 지난 6월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6·25의 노래'를 제창하며 주먹을 세차게 흔들기도 했었다. 당시 최 대령은 지팡이를 짚고 선 채로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가사를 끝까지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