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고조되는 데 대해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되면 총리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정 총리는 “두 사람이 싸우지 못하도록 총리가 나서서 중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홍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에 눈만 뜨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대립하고 싸워서 국민들이 짜증을 낸다”며 “이 참에 두 사람 다 해임 건의를 하든지, 아님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택하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이 계속돼서 국민께서 몹시 불편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고위공직자라면 절제하고, 성찰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요구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어떻게 할 말을 다 하고, 하고 싶은대로 다 하면서 고위공직자로서 도리를 다한다고 할 수 있겠나”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총리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정 총리가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에게 ‘경고장’을 날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추 장관은 수 개월 간 국회 공개 석상 등에서 이른바 ‘검찰 개혁’과 아들의 특혜 군(軍) 복무 의혹 등과 관련해 야당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추 장관은 최근엔 자신을 실명 비판한 평검사들을 향해 ‘커밍 아웃’이란 단어까지 쓰면서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윤 총장 역시 지난 3일 신임 부장검사 연수에서 프랑스 대혁명까지 언급하며 “'검찰 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 총리는 온화한 성품으로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5선 국회의원 경력의 정 총리는 1999년부터 매년 국회 출입기자들이 선출하는 ‘백봉신사상’을 전체 21회 중 15회를 수상, 역대 최다 수상자로 기록됐다. ‘백봉신사상’은 현역 의원 중 가장 신사적인 언행과 리더십, 모범적 의정활동을 펼친 이들을 대상으로 수여된다.
정 총리는 지난달 3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개막식에서 한 20대 예비 부부가 “인상이 너무 인자하신 총리님을 주례 선생님으로 모시겠다”고 한 돌발 요청을 흔쾌히 수락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런 정 총리가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에 대해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할 정도면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