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정부는 3일 재산세 감면 대상을 ‘6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로 한정하고,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10년에 걸쳐 시가의 90%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4월 재·보선 표심을 고려, 재산세 감면 대상을 9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고가(高價)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重)과세 등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렇게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를 생각한 민주당과 ‘이념’을 중시한 청와대 사이의 논쟁이 결국 청와대 승리로 끝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이 재산세 감면 기준을 9억원으로 높이는 데 강하게 반대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9억원 상향’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6억원을 고수하는 청와대·정부 간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6억~9억원 주택엔 6억 이하(0.05%포인트)보다 낮은 0.03%포인트 인하율을 적용하는 절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6억원 이상 집을 가진 사람들 세금을 어떻게 깎을 수 있느냐”며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른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도 비(非)수도권과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자 증세(增稅)를 해도 모자랄 판에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한 의원은 “저가 아파트보다 고가 아파트의 공시지가가 훨씬 낮게 나온다”며 “재산세 인하 기준을 9억원으로 높이면 서울 강남 주민이 혜택을 훨씬 많이 보게 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돌파하고, 매매 중위 가격 역시 9억원을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재산세 감면 대상을 ‘6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보편적 증세’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 관계자는 “청와대는 ‘투기를 막고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는 주거 정의(正義) 이념으로만 부동산 문제에 접근해왔다”며 “이념으로 집값을 잡는 데 실패하자 ‘그럼 세금이라도 왕창 걷자’는 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