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운동권 출신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일명 ‘민주유공자 예우법’에 대해 “나도 민주화운동 출신이지만 과도한 지원에 납득하기 힘들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법안은 이 의원과 같은 당인 민주당 우원식·윤미향 의원 등이 지난달 23일 발의했으며 민주화운동 유공자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입학·학비·취업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기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공정, 386세대가 다시 세워야 할 대한민국의 이 순간 시대정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민주당의 동료 의원이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민주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해 교육 지원, 취업 지원, 의료 지원, 대부, 양로지원, 양육지원 및 그 밖의 지원을 실시함이 골자”라며 “나 또한 민주화 운동 출신 의원이지만 과도한 지원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힘든 개정안”이라고 했다.

그는 “(이 법안이 발의된 것을 두고) 국민은 법률을 이용해 ‘반칙과 특권’ ‘불공정’을 제도화하겠다는 ‘운동권 특권층’의 시도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대상과 숫자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민주화운동 세력이 스스로를 지원하기 위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용했다는 데 있다”고 했다.

고려대 법대를 나온 이 의원은 1985년 민정당 중앙정치연수원 점거농성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운동권 출신이다. 2012년 19대 총선에 경기 화성을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한 뒤 내리 3선을 했다.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을 지냈고, 지난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다.

이 의원은 1990년대 후반 30대, 1980년대 운동권, 60년대생을 일컫는 ’386 세대'가 시대정신을 잃어가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386(세대)은 2000년대, 2010년대를 거치며 ’486′ ’586′으로 명칭을 바꿔갔다”며 “86세대의 생물학적 나이 듦의 표현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명칭의 변천과 함께 그들이 시대정신과 초심을 잃어버리고 기득권화되지 않았냐고 국민은 질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헤쳐나가려 했던 시대정신을 오늘의 거울에 비춰보고 ‘공정’이란 단어를 붙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절망한 청년에게, 불안한 아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안겨줘야 한다”고 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이 법안은 민주화운동 부상자·사망자·행방불명자의 배우자나 자녀에게 중·고등학교와 대학 등의 수업료를 전액 지원하고, 이들이 정부나 공공기관, 민간기업에 취직을 원할 경우 최대 10%의 가산점을 주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이들이 입학 의사를 밝히면, 학교는 입학 정원의 3~6% 범위 이내에서 이들을 입학시켜줘야 한다.

정부·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도 이들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한다.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는 의료 지원, 장기 저금리 대출, 양육·양로·요양 지원 등도 포함된다. 이런 특혜는 현재 국가유공자나 순국 선열, 애국 지사의 유족에게만 제공돼 왔는데, 이를 민주화운동 유공자 가족에게도 똑같이 주겠다는 것이다.

법안 수혜자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설치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한 이들과 그 가족 등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교육·취업 지원 등에 내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총 57억8800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법안 발의에는 민주당 우원식·우상호·인재근·윤미향 의원 등과 친여 무소속 의원 등 20명이 참여했다. 지난 7일 입법예고 기간이 만료돼 조만간 국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민주당에는 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분류되는 인사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들의 자녀가 대학 입학과 취업 등에서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에는 국민 5000명 이상이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한 절차와 과정이 없는 역차별 제도” “헌법이 금지하는 ‘사회적 특수계급’을 만들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