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대선 전 미북 대화,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톱 다운’ 방식으로 직접 북미 대화를 주도해 온 점을 고려하면 미북 접촉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것이다.
우선 외교가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미국 방문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관측이다. 앞서 국내 고위급 인사들의 방미(訪美)가 잇따르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진행 중인 많은 노력이 여전히 있다”며 북미 간 물밑 접촉을 시사하면서 ‘김여정 방미’ 같은 빅 이벤트를 위한 조율이 진행 중인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 해수부 공무원 사살 사건에서 보듯 코로나 방역에 히스테리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고, 트럼프 외에도 백악관 내 확진자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백두혈통’의 워싱턴 방문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의) 치료와 최소한의 자가 격리 기간 등을 고려하면 대선 전 북미 회담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여기에 우리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계기로 추진했던 ‘한반도 종전선언’도 당장 추진이 불투명한 상태다. 미 국무부는 1일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북한은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도발을 그만둬야 한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밝혔다.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2년 만의 방한(訪韓)을 위해 예정대로 오는 7~8일 서울을 찾는다. 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크로아티아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 아시아 순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리 정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일정을 조율하면서 김여정이 지난 7월 담화에서 요청한 ‘미 독립기념일 DVD’ 지참을 제안하는 등 이번 방한을 고리로 미북 접촉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 ‘한국 줄 세우기’ 성격이 더 강하다는 관측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한에 앞서 도쿄를 방문, 일본·인도·호주 외무장관과 함께 ‘쿼드(quad)’ 회의를 갖고 중국 견제 방안을 논의한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2일 “한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아래서 지역적·국제적 이슈에 대한 협력 증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