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이미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당시 이 대표가 자신들이 ‘공정경제3법’으로 이름을 붙인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에 대해 “김 위원장이 ‘미스터 경제민주화’로 불리는데 정부·여당안대로 하자”고 요청하자, 김 위원장이 “협의를 하다 보면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18일 본지 통화에서 재계에서 독소 조항으로 꼽고 있는 감사위원분리선출제·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항상 하는 일방적 주장보다 국민 전체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수십 년간 ‘경제민주화’를 자신을 상징하는 핵심 정치 의제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87년 개헌 당시 국회 개헌특위에 참여하면서 경제민주화 조문(119조 2항)을 직접 만들어 넣었다. 이 대표가 ‘미스터 경제민주화’로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젊은 시절 독일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김 위원장은 서강대 교수 시절부터 미국 유학파들의 주류 경제학과는 결이 다른 ‘사회적 시장경제론’을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재벌 위주 대기업들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2년 대선캠프에 참여했다가 물러난 뒤 그런 입장은 더욱 강해졌다. 김 위원장은 통화에서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삼았던 박 전 대통령이 당선 뒤에 이를 지워버렸는데 그 과정에는 ‘최순실’을 통한 재벌들의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펴낸 책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도 “박근혜 탄핵은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고리에 대한 탄핵이었다”며 “나도 몰랐던 ‘대통령의 최측근 최순실’이라는 여인을 삼성이 과연 어떻게 찾아냈을까 하는 부분에 놀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