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답변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이덕훈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7일 대정부질문에서 아들 서모(27)씨의 ‘특혜 군(軍) 복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억지와 궤변을 책임질 수 있느냐” “공정은 근거 없는 세 치 혀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한동안 야당 의원들을 노려보기도 했다. 추 장관은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에선 과거 ‘소설 쓰시네’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불과 3일 만에 예전의 답변 태도로 돌아갔다. 국회 본회의장은 또 아수라장이 됐다.

◇"뭘 묻는지 모르겠다. 의사한테 물어봐라"

추 장관은 이날 서씨 휴가 연장과 관련, “저와 제 남편이 (국방부 민원실에) 민원을 넣은 적 없다”고 했다. ‘아들을 많이 챙긴 것 같다’는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 질문에 "저와 남편은 일로써 아주 바쁘다”며 “제 아들딸은 거의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살아왔다”고 했다. 추 장관은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보좌관 청탁 전화’와 관련해 수차례 질문하자 “무엇을 물으시는지 모르겠다”며 “가정을 전제로 해서 자꾸 국민 여론을 만들어가는데, 대정부질문과는 상관이 없지 않으냐”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최 의원이 ‘서씨가 귀대 이후 추가로 수술하거나 진료받은 적이 있느냐’고 하자 추 장관은 “공신력 있는 대형 병원의 전문가가 진료 소견을 낸 것”이라며 “궁금하시면 제 말 듣지 마시고 의사나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보시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한 백드롭(뒷배경)에 “현 병장은 우리의 아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을 제기한 현 병장을 응원하는 차원이지만 그림 속 장병이 든 총이 북한군이 쓰는 AK소총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국회사진기자단

◇'들어가시라'는 의원 노려보며 ‘공정’ 설교

추 장관은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의 질의 때 서씨 특혜 휴가 의혹을 최초 제기한 당직병 현모씨에 대해 “같은 중대가 아니라 다른 중대 소속으로, ‘이웃집 아저씨’라더라”며 “'아저씨'의 오인과 추측, 이른바 ‘카더라’를 야당이 ‘공익 제보’라고 한다”고 했다. 이어 “제보를 받아들이는 기관이나 국회의원님들도 검증 정도는 거쳐야 책임 있는 자세”라며 “의혹에 의혹을 자꾸 붙여서 눈덩이처럼 커져 왔다. 억지와 궤변은 제기한 쪽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지금까지 전 (아들 문제에) 관여한 적 없다고 누차 말했다”며 김 의원에게 ‘버럭’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추 장관은 “지금까지 몇 달 동안 부풀려온 억지와 궤변에 대해 저는 무한 인내로 참고 있다”며 “의원님은 어떤 책임을 질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대정부질문에서 장관이 의원에게 질문을 한 것이다. 사회를 보던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동료 의원과 답변하는 국무위원이 서로 존중하라”고 주의를 줄 정도였다. 추 장관은 김 의원이 ‘들어가시라’고 했는데도 김 의원을 계속 쳐다봤다. 김 의원이 아무 질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추 장관은 “공정은 근거 없는 세 치 혀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추 장관은 아들 서씨가 무릎 수술을 받은 후 2016년 영국의 한 대학에서 축구 선수로 활동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아들은 스포츠 경영을 전공한 학생이었고, 그런 (축구) 사진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입대 몇 달 전에 건강하게 축구를 한 것이냐’고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묻자 “그럼 아들이 며칠 휴가를 더 받기 위해 하지 않아도 될 수술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추미애 장관 “아들, 참 고맙다"

◇“하, 참…초선이” “제 아들에게 고맙고 미안”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추 장관 보좌관의 ‘전화 청탁’ 의혹과 관련, “저도 보좌관을 지난 2월까지 해봤는데, 보좌관이 의원 지시 없이 전화하는 것은 99%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자 추 장관은 “하, 참…”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추 장관은 한동안 김 의원을 노려보다가 “꼭 그렇게 하셔야겠습니까?”라며 “초선 의원으로서 대정부질문 마지막 질문을 그렇게 장식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며 훈계성 발언을 했다.

추 장관은 “공정과 정의를 제 양심을 걸고 흐트러뜨린 것 없다”며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지 않는 분들이 억지와 궤변의 논리로 (논란을) 끌고 오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들에게 참 고맙다. 잘 자라주고, 엄마의 신분을 내색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헤쳐나가고 있다”며 “아들에게 제가 공인이어서, 당대표여서 미안했고 지금도 미안하다”고 했다. “아들의 사생활을 더는 캐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추 장관은 ‘검찰 개혁’도 거듭 강조했다. 추 장관은 ‘아들 관련 수사를 검찰이 고의적으로 지연하는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 질문에 대해 “제 사건과 무관하게, 검찰이 때로는 ‘캐비닛 미제(未濟)’라고 해서 사건을 (캐비닛에) 넣어두고 적절할 때 꺼내서 활용한다는 사례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것이 개선해야 할 검찰 문화라는 지적을 알고 있고, 지휘·감독을 통해 검찰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