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31일 새 당명(黨名) 최종 후보 안으로 ‘국민의 힘’을 선정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과 새로운보수당이 통합하면서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꾼 지 7개월 만이다. ‘국민’은 주로 중도·진보 정당이 써온 당명이다. 최근 중도·실용 정당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통합당이 바뀐 당명에서도 당 쇄신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통합당은 이날 새 당명에 대해 “‘국민의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세 의미를 담고 있다”며 “특정 세력이 아닌 국민의 힘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정당, 모든 국민과 함께하는 정당, 국민의 힘으로 결집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정당을 지향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당 쇄신 차원에서 새 당명 만들기 작업을 해왔다.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새 당명 관련 국민 공모도 했다. 이후 통합당은 공모에서 가장 많이 나온 ‘국민’(1만7000여건 중 3000여건)이란 단어를 넣어 ‘국민의 힘’을 후보로 선정했다. 통합당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 등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단어이자 공모에서 셋째로 많이 나온 ‘한국’을 담은 ‘한국의 당’도 후보로 넣었다. 공유 오피스 임대 업체인 미국 기업 ‘위워크(WeWork)’처럼 “젊은 감각을 담아 동사형으로 끝나는 당명도 후보에 넣어보자”는 의견도 나와 국민을 위한다는 뜻의 ‘위하다’도 후보로 선정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 회의에서 김수민 홍보본부장에게 이 세 안을 보고받은 뒤 웃으면서 “그럼 ‘국민의 힘’으로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평소 비대위 회의에서 이념을 배제하고, 국민을 위한 실용 정당의 이미지를 담은 새 당명을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국민이란 단어 자체가 우리나라 헌법 정신에도 맞는다”며 “지금은 이념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라고 했다.
비대위원 회의 후 열린 통합당 의원 총회에서도 새 당명 최종 후보안이 논의됐다. 찬성 의견도 많았지만 “정당 가치가 덜 담긴 것 같다” “과거 진보 진영에서 비슷한 이름을 썼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꽤 나왔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도 과거 ‘국민의 힘’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의 힘‘은 나와 회원들이 2003년에 발족한 시민단체 이름”이라며 “명백한 이름 훔치기”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 통합당 의원은 “국민이란 단어가 어느 한쪽 진영만 가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했다.
통합당은 1일 오전 의원 총회를 다시 열고 새 당명에 대한 의원들 의견을 수렴한다. 새 당명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듣겠다는 취지다. 또 1일과 2일 상임 전국위, 전국위를 열고 새 당명을 ‘국민의 힘’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선 통합당의 새 당명이 국민의 당과 비슷해 두 정당이 연대·통합을 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당 이름이 비슷하다는) 그런 논리라면 ‘국민’이 들어간 모든 다른 당도 합당해야 하지 않느냐”면서도 “야권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통합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자주 만나면서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대선 정국 등을 두고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