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이란을 상대로 시작된 ‘트럼프의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국제 정치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키워드는 ‘이란의 북한화’다. 트럼프의 정권 교체 카드가 성공하지 못한 채 오히려 이란을 중동의 ‘거대한 북한’으로 변모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7일 “미국은 이란을 또 다른 북한으로 가는 길에 올려놓았다”고 했다. 성직자 중심 체제이던 이란이 군부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들은 더욱 억압적이고, 핵무기 확보에 집착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FP) 역시 이란이 전쟁을 거치면서 쿠바·시리아·북한 중 ‘북한형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북한화’를 대문짝만 하게 게재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리가 잊고 있던 실상도 알려준다. “북한은 이미 다수의 미사일과 장사정포로 서울을 사실상 인질로 삼고 있다. 중동에 이와 유사한 군사 국가가 등장해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로 잡을 경우,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일본의 주요 매체들이 우려하는 이란의 북한화는 두말할 필요없이 북한을 최악의 국가로 상정하고 있다. 병영 국가, 한국을 인질로 잡은 국가, 인권 부재 국가 이미지가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6일 이런 북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 점검회의’에서 민간 무인기의 북한 상공 비행에 대해 “일부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한 것이다. 사실상 전례 없는 사과다. 최고의 격식을 갖춘 유감 표명에 북한은 감동한 척하는 것 같다. 틈만 나면 도발적 발언을 해 온 북한의 김여정이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 “현명한 처사”라고 해 눈길을 끈다.

국제사회가 이란이 또 다른 북한이 되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대북 사과는 과연 어떻게 비칠까. 북한은 2014년 이후 10차례 이상 무인기를 남한으로 침투시켰다. 2022년 12월엔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 하나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비행금지구역까지 접근했다. 확인된 것만 그렇다는 것이다.

반복된 적의 도발엔 침묵, 우리 측 민간 행위에 대해 사과.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이 조치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외국 정부 관계자들이 더 많지 않을까. 국제 사회의 시각과는 별개로 이 대통령이 ‘비상경제 점검’ 회의에서 북한에 사과한 것이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국가 전략상 필요에 따라서 그런 일이 생기는 것도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군의 드론 운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

현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는 대북 유화정책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국제 정세와 한미 관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이란에 욕설을 내뱉으며 공격 명령을 내리는 장면은 ‘트럼프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그의 지지율이 하락, 11월 중간선거를 계기로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길핀은 “쇠퇴하는 패권국일수록 더 공격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취한다”고 지적했는데, 트럼프에게 적용 가능한 말이다. 그가 한미동맹을 해칠 가능성에도 대비, 미국 전체를 상대로 한 전략적 접근이 더욱 필요하게 됐다. 지금은 이 대통령이 다른 무엇보다 전쟁 이후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의회 외교, 공공 외교를 포함한 다층적 접근으로 한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