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강행하는 자칭 검찰·사법 개혁은 그 자체로 많은 문제가 있지만 기본 전제부터 틀렸다. 핵심은 검찰을 폐지해 수사권을 완전히 경찰에 주고 재판소원을 허용해 헌법재판소에 사실상 4심 권한을 주는 것인데, 그것이 성공하려면 검찰보다 경찰이, 대법원보다 헌재가 낫고 믿을 만하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실상은 그 반대다.
지금 경찰은 권력의 시녀로 불렸던 과거 검찰보다 몇 배 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10월 경찰에 고발된 민중기 특검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의혹, 작년 11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고발된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 등은 수사를 진행한다는 얘기조차 들리지 않는다. 민감한 사건이라도 과거 검찰은 수사하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경찰은 아예 깔아뭉개고 있다. 이들이 야당 인사라면 이렇게 했겠나.
민주당이 검찰을 없애고 만든다는 중대범죄수사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수청 수사 인력 상당수가 경찰에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은데 중수청 지휘·감독권도 행안부 장관이 갖고 있다. 정권이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행안부 외청인 경찰은 법적으로는 행안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는데도 정권에 알아서 기는 상황이다. 행안부 장관이 지휘권까지 갖는 중수청은 더할 것이다.
그럼 헌법재판관은 대법관보다 믿을 만한가. 아니다. 헌법재판관들이 각 정당의 정치 이익을 지키는 파견원처럼 된 지 오래다. 대법원의 정치 중립이 논란이 된 적도 있지만 헌재만큼은 아니었다. 4년 전 민주당의 ‘검수완박법’ 강행 처리에 대한 헌재 판단은 그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민주당은 검수완박법 법사위 통과를 위해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킨 뒤 안건조정위에 넣어 여야 동수로 구성하도록 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한 후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후 복당이 지연되자 민 의원은 “(탈당은) 당과 함께 내린 정무적 판단”이라는 고백까지 했다. 국민의힘이 이를 문제 삼아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자 헌재는 ‘위장 탈당’을 통한 법사위 심사 과정은 위법했지만 법 자체는 유효하다는 판단을 했다.
이것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당시 유남석 헌재소장,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탈당은 “자율적 결정”이라며 위법 자체가 없다고 했다. 이들은 진보 성향인 우리법(유남석·문형배)과 인권법(김기영), 민변(이석태) 출신이다. 문재인 정권 때 ‘코드 인사’로 임명된 이들이 문 정권이 자신의 방탄을 위해 편법과 꼼수로 처리한 검수완박법에 아무 위법이 없다고 한 것이다. 이것은 법률가의 판단이 아니다.
이런 정치 편향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헌재가 지난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기각했을 때도 진보 성향 재판관 4명은 탄핵에 찬성했다. 민주당이 이 위원장 취임 이틀 만에 정략적으로 탄핵소추한 것인데도 그런 판단을 했다. 이런 재판관들이 대법원 판결을 뒤집었을 때 당사자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겠나. 더구나 헌재 판단은 단심(單審)으로 불복할 수단도 없다.
지금의 경찰과 헌재는 중립성 하나만 놓고 봐도 수사와 재판의 종결자가 될 자격이 없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검찰과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수사와 재판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과 헌재에 그런 권한을 부여했다.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보복을 위한 개악이다.
사법은 진실을 좇는 과정이다. 지금보다 더 정치 편향 수사와 재판을 한다면 사법에 대한 신뢰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경찰과 헌재가 바뀌지 않으면 수사와 재판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할 것이다. 그러면 두 기관도 망가지고 국민도 피해를 입는다. 지금 그 길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