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60여 년 만에 다시 ‘노동절’이다. 법정 공휴일 지정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노동절을 앞두고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에 대한 포괄적 보호 확대 입법 패키지를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이지만, 취지가 제대로 지켜질지 벌써부터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산업계에 따르면 물적 시설이나 고용 없이 용역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인적 용역 사업자는 약 862만명(추정). 이 가운데 특정 기업에 전속돼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는 171만명, 플랫폼 노동자는 88만명 수준이다. 여기에 특정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전문성을 기반으로 일하는 프리랜서가 42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하나의 집단으로 묶기 어려울 만큼 성격과 이해가 다르다. 예컨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한때 배달 플랫폼의 배달 기사로 잠깐 일했다. 아들이 아르바이트하는 걸 보고 따라 한 것이다. 음식물을 넣은 가방을 메고 걸어서 배달하는 일이었는데,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 해봤다고 한다. 이런 체험형, 취미형에서부터 분유값·월세를 벌기 위해 뛰어든 생계형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들을 포괄하는 ‘일터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를 입법 패키지로 추진하고 있다. 근로자 추정제는 분쟁이 발생하면 이들을 근로자로 간주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까지 전면 적용이 가능해진다. 보호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취지지만, 동시에 인건비와 노무 관리 부담을 급격히 키우는 구조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부담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0%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40~50%대)보다 높다. 지난 10년간(2014~2024년 기준) 명목 임금이 39% 오르는 동안 최저임금은 89% 이상 올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2024년 276만명에 달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에서는 근로자 3명 중 1명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런데 ‘근로자 추정’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을 대폭 넓히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영세 사업장은 고용 축소나 폐업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좋은 의도로 제도가 설계됐더라도, 현실에서의 지급 능력을 무시하면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

해외를 봐도 그렇다. 스페인은 2021년 배달 라이더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이른바 ‘라이더법’을 도입했다. 그러자 일부 플랫폼 기업은 스페인 시장에서 철수해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영국도 우버 기사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이후 신규 진입 문턱이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보험 설계사, 라이더 등 일부는 노동 입법 패키지에 대해 오히려 수입과 자율성이 줄어든다며 반발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직고용 라이더’ 모델을 내세우며 손자 회사 ‘딜리버리N’을 세웠다. 주 47시간 근무에 월급 387만원. 여기에 4대 보험, 육아휴직 등도 적용했다. 초반에는 40명이 넘는 라이더가 근무했지만, 고정 근무 시간, 콜 수락 의무 등으로 라이더는 갈수록 줄었다. 결국 회사는 3년 만에 폐업했다.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해야한다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보호여야 한다. 선의의 노동 입법 패키지가 AI(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 배달 로봇의 발달로 가뜩이나 좁아지는 노동자의 입지를 더 축소시켜선 안된다. 일할 기회 자체를 줄이는 보호는 보호가 아니라 또다른 배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