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별검사팀 브리핑룸에서 특검 수사 결과 종합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민중기 특검이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의혹, ‘양평 공무원 사망 사건’으로 고발된 게 작년 10월이다. 두 달 뒤엔 민주당 정치인들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측만 편파 수사했다는 이유로 또 고발됐다.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은 혐의들인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 사람이 여러 건으로 수사를 받으면 한곳에 모아 수사하는 게 원칙이다. 피의자 편의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수사 효율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민 특검에 대해선 경찰 두 곳과 공수처가 사건을 쪼개 수사하면서 본격 수사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공수처를 졸속으로 만들면서 수사기관들의 수사 범위가 겹칠 경우 어떻게 정리할지를 정하지 않았고, 그 와중에 수사기관들은 사건 떠넘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민 특검에 대한 첫 고발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지만 검찰은 사건을 엿새 만에 서울경찰청으로 넘겼다. 수사를 못할 것도 없지만 검찰청을 폐지하는 마당에 굳이 수사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주식 건은 서울경찰청 금융수사대로, 공무원 사망 사건은 종로경찰서로 분리됐다.

반면 민 특검의 편파 수사 의혹은 서울경찰청에 고발됐는데 경찰은 일주일 뒤 사건을 공수처로 넘겼다. 특검이 공수처 수사 대상인지 불분명하지만 고발장에 포함된 특검 파견 검사가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는 이유였다. 공수처법에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사건을 공수처로 넘기도록 돼 있다. 하지만 민 특검에 대해 수사권을 가진 건 경찰이다. 공수처는 파견 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고 사건을 떠넘겼다. 수사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민 특검의 주식 거래 의혹 등도 공수처로 넘기는 게 맞다. 하지만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는 뇌물, 직무 범죄 등 두 가지여서 주식 거래 의혹은 공수처로 넘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사건이 3분의 1로 쪼개져 수사가 제각각 겉돌게 된 것이다. 공수처는 압수수색이라도 두 차례 했지만 경찰은 무슨 수사를 한다는 말조차 들리지 않는다. 코미디 같은 일이다.

시민단체가 작년 11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장관,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 등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사건도 비슷하다. 이 사건은 검찰이 항소 결정을 뒤집는 과정에 정 장관 등 윗선의 ‘부당한 외압’이 있었는지를 밝혀야 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그런데 경찰은 일선 경찰서로 사건을 넘겼다가 비판이 일자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 다시 옮겼다. 그 와중에 노 전 대행은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로 이첩했다.

그렇다면 공수처가 정 장관도 함께 넘기라고 하는 게 맞을 텐데 공수처는 아무 말도 없다고 한다. 한 사건인데도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를 꺼리면서 정 장관은 경찰이, 노 전 대행은 공수처가 수사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반반 수사’ 역시 감감무소식이다.

오는 10월 검찰이 폐지되면 경찰과 공수처, 신설되는 중수청이 수사를 맡게 된다. 하지만 중수청 수사 대상인 9대 범죄는 경찰 수사 대상과 겹치고, 공수처와도 일부 겹친다. 쪼개기 수사와 사건 떠넘기기가 만연할 수 있다. 더구나 정권이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게 설계된 중수청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는 ‘수사 우선권’을 갖고 있고,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길 수 있는 권한도 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는 직접 하고, 정권 비리 수사는 다른 기관으로 넘겨 뭉개고 덮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정권 비리 수사는 다 물 건너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