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복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무엇이든 해 왔다. 집권 한 달 만에 북한이 극도로 싫어하는 대북 방송을 중단했다. 50년 만이다. 작년 9월엔 6·25 때 국군이 피로 지킨 군사분계선(MDL)의 기준을 북측에 더 유리하게 바꾼 지침서를 전방 부대에 하달했다. 역대 어느 정권도 감히 하지 못한 일이다. 군사합의 복원은 이런 일에 비하면 쉬워 보일 정도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군사합의 복원 움직임에 전혀 화답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이를 실행한다면, 우리만의 일방적 조치가 된다. 안보에 심각한 구멍이 뚫릴 위험성을 이 정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민주당 정권은 항상 이런 식으로 북한 문제에 접근했다. 남북 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늘 북한을 선의의 존재로 과대평가했다. 북한은 언제나 우리의 주적이었지만 ‘같은 민족’이라는 낭만에 매몰돼 후한 평가를 했다. 지금 정부가 군사합의를 복원해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기저에는 이런 사고가 깔렸다고 생각한다. 전방 지역 우리 군의 경계가 느슨해져도, 북한이 한국의 호의를 공격으로 대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다. 그런데 역사는 증명했다. 햇볕 정책을 펼쳤지만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대화 테이블에 앉는 척했지만 뒤로는 핵 무력을 강화했다.
군사합의를 먼저 파기한 쪽은 북한이다. 남북은 2018년 9월 군사합의서에 서명했는데, 북은 불과 1년 만에 이를 무시했다. 북한은 2019년 11월 남북이 무력 사용을 금지한 ‘서해 완충 구역’에서 포격 훈련을 강행했다. 김정은이 직접 현장을 찾아 지휘했다. 2022년 12월에는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에 침투해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왔다. 북한은 윤석열 정부가 2024년 6월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기까지 3600차례 합의를 위반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이런 사실은 무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이 주장하는 ‘한국 무인기 침투’ 사건도 우리 측이 합의를 위반해 일어났다고 하고 있다. 민간인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사건이다. 이 정부 당국자들은 “군사합의가 유지됐다면 전방 지역에서 무인기를 날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이 우선인지, 북한이 먼저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9·19 군사합의는 처음부터 불공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의도적으로 모른 척 넘어갔다. 전방 지역 감시·정찰 활동을 제한한 ‘비행 금지 구역’ 설정은 북한에 일방적으로 유리했다. 북한은 사실상 감시·정찰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서해에 완충 구역을 만들고는 “정확히 북측 40㎞, 남측 40㎞”라고 거짓 발표했다. 알고 보니 서해 북방 한계선(NLL)을 기준으로 북측은 50㎞, 남측은 85㎞였다. 이 외에도 수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체결 당시엔 비판이 적었다. 문재인 정부가 띄운 평화 분위기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김정은은 우리 정부와 대화할 이유도, 의지도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강화된 북·중·러 밀월로 한국은 물론 미국과 대화할 이유도 없어졌다. 일방적 군사합의 복원 뒤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문제다. 우리 군이 먼저 전방 대비 태세를 약화시킨 상태에서 북한에 상응 조치를 읍소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난다. 북한이 아무 대가 없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리 없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어떻게든 김정은과 만나 웃으며 악수하는 장면을 만들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중이 예정된 4월 이전에 군사합의 복원을 결행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런 일방적 군사합의 복원으로 웃을 사람은 단 한 명, 김정은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