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28,예스!"라고 적힌 피켓을 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미지./트럼프 트루스 소셜 계정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3선 도전’을 갖고 장난치듯 하는 모습을 보며 참 트럼프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트럼프 2028, YES’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는 이미지를 올리는가 하면, 야당 지도부와 담판을 벌일 때는 책상 위에 ‘트럼프 2028’이 적힌 모자를 잘 보이게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2028년은 다음 대선이 열리는 해다. 미 헌법은 ‘누구도 2회를 초과해 대통령직에 당선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백히 헌법 취지에 반하는 이런 게시물을 극성 지지자들이 커뮤니티에 올린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직접 전 세계 사람들이 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로 퍼뜨렸다.

트럼프는 분명 전례 없는 파격의 대통령이지만, 그가 진짜로 대통령을 더 하려는 무리수를 둘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과 여론이 용납하지 않을 테고, 트럼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틈만 나면 3선 떡밥을 던지는 것은, 최대한 임기 말까지 권력 누수를 늦추고 정국 장악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일 것이다. 사람들 마음 한구석에 “혹시 트럼프라면…”이라는 의구심만 들게 할 수 있다면 나름 성공이다.

‘레임덕’은 임기제 지도자의 숙명 같은 것이다. 특히 미국 정치에서는 재선 대통령 임기 반환점에 치러지는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급속도로 차기 대선 정국이 펼쳐진다. 더 출마를 못 하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례적으로 임기 말에 지지율 반등을 이뤄냈던 오바마도 중간선거 직후에는 레임덕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초청 행사에 불참하고, 오바마가 반대하는 법안에 여당 수십 명이 찬성표를 던지고, 주요 방송사가 오바마 특별 연설 생중계를 거부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트럼프는 이런 관심의 공백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해야 성에 차는 스타일이다. 중간선거가 있는 내년에 그는 계속 3선에 모호함을 남겨두는 한편, 관심을 본인에게 붙잡아둘 수 있는 정책·이벤트를 모색할 것이다. 그 최우선 카드 중 하나는 높은 확률로 ‘북한 김정은’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1기 때 그를 보좌한 외교관은 “트럼프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처음 김정은과 만났을 때처럼 세계에서 많은 취재진이 몰린 이벤트는 없었다. 당시 셀 수도 없던 카메라는 트럼프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고 했다. 이런 매력적인 카드를 왜 묵혀 두겠는가.

지난주 발표된 미 국가안보전략(NSS)에 ‘북한’ 단어가 아예 사라졌지만, 트럼프가 흥미를 잃은 것은 난해하고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북핵 문제’이지 ‘김정은’이 아니다. 김정은과의 만남에 진심이라는 점은 최근 경주 방문 때도 드러났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대화하기 위해 다시 오겠다”고 했는데, 빈말이 아닐 것이다. 또 한 번의 미·북 정상회담은 시기의 문제다.

다만 7년 전과 달라진 것은 김정은의 위상이다. 미국에 아쉬운 소리를 하다 하노이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수모를 당했던 김정은은 이후 본격화된 미·중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로또’를 맞았다. 이 기회를 살려 재래식 무기 산업을 부활시켰고, 핵·미사일 기술을 전수받아 비약적 진전을 이뤘고, 경제 숨통을 틔웠고, 러시아·중국에서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받았다. 김정은이 오히려 트럼프를 안달 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튕길 수 있는 김정은과 레임덕을 막기 위해 쫓기는 트럼프’ 조합의 만남에서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위험한 거래, 양보 잔치가 벌어질 수 있다는 건 지금 시점에선 기우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정세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