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은중과 상연’은 의사 조력 사망을 정면으로 다루었다. 마지막 회에서 스위스 취리히에서 의사와 인터뷰, 조력 사망 허가를 뜻하는 그린라이트를 얻는 과정 등을 자세히 그렸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소홀히 다룬 부분이 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데, 상연이 조력 사망을 택한 이유, 즉 극심한 고통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것이다. 조력 사망을 낭만적으로 그렸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특히 은중과 상연이 호텔 테라스에서 리마트강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이 그렇다.
남유하 작가는 어머니가 스위스에서 의사 조력 사망을 하는 과정을 돕고 이를 바탕으로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책을 펴냈다. 남씨는 한 인터뷰에서 “엄마는 아침에 강을 내다볼 힘도 없었다”며 “다른 분들도 극에 달하는 고통을 견디다 스위스행 비행기에 오르기 때문에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도 느낄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 책은 어머니가 조력 자살을 택하기까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조차 어렵다. 책 속 어머니는 “불시에 칼로 ‘콱콱’ 찌르는 듯한 통증”이라고 표현했다. 남편은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한밤중에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아내를 보면서 진정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자문했다”고 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고통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안규백 의원(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제출해 놓은 ‘조력 존엄사’ 법안도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핵심 조건 중 하나다.
생애 마지막에 의미 없는 연명 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서약한 사람이 최근 300만명을 넘었다. 나아가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조력 존엄사(조력 사망)’ 합법화에 82%가 찬성했다. “응답자들이 용어의 정확한 의미를 모른 채 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런 비판을 어느 정도 수긍하더라도, 대한의학회지 최신호 논문에서 마지막 순간에 35.5%가 안락사, 15.4%가 의사 조력 자살을 택하겠다고 답한 것을 보면 존엄한 죽음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명 의료 중단은 소극적 안락사(존엄사)라고 하고, 안락사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하고, 의사 조력 사망(자살)은 처방받은 약물을 환자 스스로 복용하는 차이가 있다.
왜 이렇게 찬성 수치가 늘어난 걸까. 우리나라의 열악한 호스피스·완화 의료 여건 때문일 것이다. 2016년 연명 의료 입법을 하면서 호스피스·완화 의료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사회적 공감대였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흘렀지만 호스피스·완화 의료 상황은 너무 열악하다. 생의 마지막 순간임에도 호스피스 병동 대기표를 받아야 하고 일부 병동은 2주가 지나면 퇴원해야 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현대 의학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극심한 통증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본 사람들이 비참한 죽음보다는 차라리 조력 사망이 낫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현실 때문에 조력 사망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가졌던 전문가들도 상당수 도입 논의 찬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고 있다.
죽을 권리를 법제화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나 또는 내 가족이 말기 암 등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와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저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과 싸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해법이 나올 것이다. 마지막 즈음에 극심한 통증을 참을 수 없고 언제까지 그 고통에 시달려야 할지 예측조차 어렵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