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분유. /뉴스1

이재명 정부의 이번 정부 조직 개편안을 보면, 이 정부가 과연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워진다. 저출생 관련 어떤 비전도 정부 조직 개편에 담기지 않았다. 저출생 문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구나 공감하는 시급한 과제였다. 그런데 이 정부에선 유독 외면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출생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를 들은 한 외국인 교수는 “한국 완전 망했네요”라고 했다. 작년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9년 만에 소폭 반등했지만, 인구 소멸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추세라면 2072년엔 인구가 3600만명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전방을 지킬 군인조차 부족해진다. 한국은 특히 중국·일본·러시아 같은 강대국 사이에 있다.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든다면 이들 틈바구니에 끼어 휘둘리기만 할 것이다.

이번 정부 조직 개편안은 이런 고민 대신 이념 냄새가 진동한다. 검찰청 폐지, 기재부 해체, 환경부 확대 개편이 국민 실생활 개선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저출생 문제 해결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임은 좌우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가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이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했다는 얘기는 별로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저출생 문제 해법으로 인구전략기획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에 저출생대응수석까지 뒀다. 민주당의 정부조직법 개정 비협조와 12·3 비상계엄으로 제대로 정책이 실현되지 않았지만, 문제 해결 의지는 보여줬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그런 의지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윤 정부의 유산이란 이유로 저출생 관련 정책에 고개를 돌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집권 직후 저출생수석실을 없앴다. 그 기능을 맡은 인구정책비서관은 신설된 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 아래 편입됐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AI를 통한 저성장 극복으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조치가 전 정부와 비교해 저출생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준 건 부정할 수 없다.

저출생은 쉽게 극복되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사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나치게 오른 아파트값, 지역 격차, ‘4세 고시’까지 치달은 사교육, 심지어 남녀 갈등까지 풀어야 한다. 여러 정부 부처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각 부처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저출생 해결은 부처 업무 달성을 위한 일부 과제 정도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다. 여럿에게 책임이 분산된다는 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결국 저출생은 대통령이 붙잡아야 해결될 문제다.

이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일의 경중을 판단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최근엔 산업재해 문제를 각별히 신경 썼는데, 아마도 ‘소년공’ 출신으로 산업재해를 당한 경험이 반영됐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지가 강한데, 자신을 “꽤 큰 개미 중 하나였다”고 표현한다. 이 대통령이 저출생 관련 발언을 안 한 건 아니다. 대부분 원론적인 수준으로 기억한다. 직접 와닿는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부모라면 자신보다 자식이 더 좋은 삶을 살길 바랄 것이다. 이대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 국력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부모보다 자식 세대가 못 살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은 이제라도 미래 세대를 위한 저출생 문제 해결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걸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