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검찰 인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사건 수사 검사들이 대거 좌천됐다. 이 대통령의 ‘대장동’ ‘대북 송금’ ‘위증 교사’ ‘선거법 위반’ 사건을 수사했거나 공소 유지를 담당했던 검사들이 한직인 고검으로 밀려났다. 대북 송금은 법원이 그 실체를 인정했고, 선거법 위반 사건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상태다. 수사에 문제가 없었다는 의미다. 그 외에 이 검사들이 문제될 만한 일을 한 것도 없다. 그런데도 줄줄이 좌천시킨 것은 보복 인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건을 다 “조작”이라고 해왔고, 그 주장에 따라 사건을 변호했던 변호사 세 명이 지금 검찰 인사를 관장하는 민정수석실에 포진해 있다. 이태형 민정비서관(대장동·대북 송금 사건 변호),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선거법 위반), 이장형 법무비서관(대북 송금)이다. 이 대통령은 물론 이들에게도 사건 수사 검사들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이들이 이번 인사에 직접 관여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개연성은 매우 높다. 검사에 대한 최종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고, 법무부장관과 민정수석실도 인사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비서관 중 한 명은 “민정수석실의 실세”라는 얘기가 이미 세간에 파다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뤄진 수사 검사 좌천을 누가 공정하다 하겠나.
이 대통령 최측근인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인사 청문회에서 “정권 요청에 따라 수사하고 부당하게 기소했다는 혐의를 받는 검사들은 면밀히 파악해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좌천된 검사들이 부당하게 기소했다는 것일 텐데 무엇이 부당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실제 부당한 일을 했다면 징계부터 하겠다고 나섰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 걸 보면 이번 좌천 인사는 그냥 “이 대통령을 수사한 죄”라고 하는 게 더 솔직한 말일 것이다.
이런 인사를 한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5년 뒤 재판을 받아야 한다. 그때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수사 검사들이 검찰에 없으면 공소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런데 인사에 민감한 검사들은 보통 두세 번 한직으로 발령 나면 버티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번 인사를 통해 그런 상황을 만들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말한다. 사실이라면 인사권을 이용해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인사가 검찰 개혁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수사권을 정치권력에서 독립시켜 중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인사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역대 정권들은 검찰 개혁을 하겠다면서도 자기편 검사들은 승진시키고, 입맛에 맞지 않는 검사들은 좌천시켜 검찰을 사냥개처럼 만들었다. 그것이 이제껏 검찰을 망친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도 이 대통령 수사 검사들은 좌천되고, 여권이 주도한 3대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은 주요 보직을 맡았다. 보복 인사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줄 세우기’ 인사를 하는 악습을 반복한 것이다. 이런 인사를 보면서 어느 검사, 어느 수사기관이 권력 수사를 하겠다고 나서겠나.
지금 민주당은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검찰청을 해체하고 검찰의 기능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쪼개는 한편, 국가수사위원회를 만들어 통제하는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금 법안대로라면 수사기관 간 과잉 경쟁을 부채질하고, 수사권을 정치에 종속시키는 개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와중에 이 정권은 보복 인사, 줄 세우기 인사까지 했다. 이런 식이면 이 정권의 검찰 개혁도 공염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