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경기 화성시 쿠팡 동탄물류센터를 불시 방문해 폭염 속 노동자들의 작업 및 휴식 환경을 점검하고 있다./뉴스1

요즘 기업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관료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지난달 31일 올 들어 네 번째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를 찾아 포스코그룹 최고경영진과 마주 앉았다. 김 장관은 “중대재해 감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줄이지 못한다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이유도 없다”고 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장관님을 이곳으로 오시게 해 송구스럽다”고도 했다.

이날 포스코그룹은 대규모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다음 날부터 전 계열사에서 임직원들이 총출동해 대대적인 현장 안전 점검에 나섰다. 4일 뒤 포스코이앤씨에서 또다시 중대 재해가 발생하자, 김 장관은 “일벌백계의 관점에서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의 또 다른 ‘역점 사업’은 노란봉투법 통과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 교섭을 가능하게 하고,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 하청 업체 노동자가 원청에 대해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구조조정이나 공장 해외 이전 등 경영 판단도 파업 사유가 된다.

기업들은 이 법이 시행되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주장한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1차 협력 업체만 300사가 넘는다. “1년 내내 하청 업체와 임금 단체 협약을 할 판”이라는 말이 엄살이 아니다. 분업화로 갖춘 공정 속도와 가격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특히 미국발 관세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는 카드로 내민 조선업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1차 협력 업체는 물론 2·3차 협력 업체와도 함께 일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매년 파업을 카드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우리 회사 노조와의 임단협도 힘든데, 협력 업체 노조까지 가세하면 정상적 노사 관계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수결 원칙’을 강조하며 8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상법 개정에서는 소수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을 강화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국회에서 ‘대주주’의 횡포를 부리는 셈이다. 김 장관도 “노란봉투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사 대화를 촉진하고 분쟁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외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만 해도 “(이 법이 통과되면) 산업 현장에서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기업들의 우려가 지나치다”고 한다.

고용노동부의 정부조직법상 약칭은 ‘고용부’다. 그러나 최근 보도자료에선 슬그머니 ‘노동부’로 바꿨다.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에 집중하는 장관 행보를 보면 ‘노동부 장관’ 호칭이 적확하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그는 경영계와 노동계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야 하는데, 한쪽의 플레이어가 장관이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김 장관은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고 했는데, 아직까진 바라보는 풍경이 바뀌지 않은 것 같다.

문제는 노동 이슈에 비해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고용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2030 청년 중 ‘쉬었음’ 인구는 전년 동기보다 4만명 늘어나 70만명을 처음 넘어섰다. 이 중 40% 이상은 1년 이상 경력 단절을 겪고 있다.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개수는 0.39개.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0.25개) 이후 최저다.

미국 정부는 자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협박을 하고 있다. 고용 창출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고용부 장관은 고용은 나 몰라라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