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성규

조선족 가이드는 자신의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아침 6시 40분 등교해 오후 5시 20분 하교한다고 했다. 며칠 전 백두산에 다녀오는 길에 들은 얘기다. 등교 후 1시간은 독서 시간이고 7시 40분부터 수업을 시작해 오후 4시에 끝나지만 1시간 20분 동안 방과 후 수업을 한다고 했다. 방과 후 수업은 우리로 치면 국·영·수 문제 풀이를 하거나 다음 학년 진도를 나간다고 했다.

중국은 명문고에 진학해야 명문대에 진학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초등학교부터 명문고 진학 경쟁이 시작된다. 조선족 학생들 목표는 중국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 연변1중, 연길시2중 등 좋은 고급 중학교에 입학하는 것이다. 이 학교에서 1년에 2~3명 정도가 베이징대나 칭화대에 입학한다고 한다.

원하는 고교에 진학해도 더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이 가이드는 고1인 조카는 평일보다 주말을 싫어한다고 했다. 주말엔 아침 7시부터 저녁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부모들은 한 달 수입의 3분의 2, 우리 돈 100만원 정도를 쓴다고 했다. 중국에선 대입 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보기 때문에 그야말로 ‘목숨 걸고’ 공부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우리 대치동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른 민족, 중국 전체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했다.

조선족 가이드와 얘기하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치동에서나 기숙형 학원 형태로 이루어지는 교육 방식이지만 바람직한 형태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무한 시간 투입과 경쟁은 과거 교육 방식임이 분명하다. 중국에서도 새벽부터 심야까지 이어지는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지만 전체주의 사회 특성상 별 문제 제기 없이 지나간다고 한다.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이 토종 인재로, 조기 발굴을 통해 영재 교육을 받은 인재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재를 선발하고 그 학생들에게 최고의 과학자를 붙여 집중 교육을 시켜 ‘이공계 천재’로 만드는 것이 중국의 천재 발굴·육성 시스템이다. 천재들만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변방의 학생들도 어려서부터 엄청난 경쟁 구도에서 시간과 돈을 투입해 공부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중국은 최근 이공계 분야에서 상당한 성취를 했다. 글로벌 과학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네이처 인덱스’ 순위에서 중국과학원(CAS)이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 대학과 연구 기관이 상위 10위 안에 8곳이 들어간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국가별 순위에서도 2년 연속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학과 연구 기관은 세계 50위 안에 한 곳도 들지 못했다. 중국은 인공지능뿐 아니라 전기차, 로봇, 드론, 배터리 등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기술 굴기’의 저변에 상당 기간 지속돼온 치열한 경쟁과 학습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교육이 중국 방식을 따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해전술 식으로 경쟁하고 죽기 살기로 공부하는 것이 통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중국 축구가 한국 축구를 당하지 못하는 것은 연습 시간에서 뒤지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무섭게 공부시키는 중국을 보며 우리도 전략적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창의성을 높이는 교육 방식이 없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공계 인재만이라도 양성 시스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속수무책으로 중국에 당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