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일 부산 연제구에서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들이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이 교육청 조직 개편을 예고해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학생을 민주 시민으로 길러내겠다”며 민주시민교육과를 만드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시의회에서는 “무엇보다 중립적이어야 할 교육정책이 정치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달 2일 재선거로 당선된 진보 성향 김석준 교육감이 보수 성향 전임자의 교육정책을 갈아엎고 본인의 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그의 임기가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년 6월 교육감 선거 결과에 따라 또다시 정책이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김 교육감은 51.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당시 재선거 투표율은 22.8%. 역대 최저다. 실제로는 전체 유권자 중 11.6% 지지를 받아 당선된 셈이다. 10% 남짓한 지지율로 ‘부산시 교육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꿰찬 것이다. 지난해 10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당시 보궐선거 투표율은 23.5%, 그의 득표율은 50.2%였다.

이들은 유권자 10명 중 1명의 지지로 당선됐지만 권한은 막대하다. 교육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포함해 수조 원의 교육예산을 편성 운영하고, 교원 인사권과 징계권을 갖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의 1년 예산은 10조원, 부산시 교육청은 5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를 둘러싼 잡음과 소동을 보면 이런 선거를 왜 해야 하냐는 의구심이 든다. 교육감 후보는 당적을 가질 수 없어 후보 개인이 모든 선거 비용을 조달해야 한다.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유효 투표 총수의 15% 이상 득표한 경우에는 선거 비용 전액을, 10% 이상 15% 미만 득표한 경우에는 절반을 돌려받는다. 이 경우에도 예비 등록 후 본등록하기 전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보전해 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교육감 후보의 제1 덕목은 선거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지 여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22년 전국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 1인당 평균 선거 비용은 10억8000만원. 같은 기간 진행된 시도지사의 선거 비용(1인당 9억1000만원)보다 많이 들었다. 지난달 부산시 교육감 선거 비용은 1인당 16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선거 비용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인천에서는 교육감이 뇌물을 받고 근무 성적을 조작한 혐의로 실형을 받아 낙마했다. 그다음 교육감은 학교 공사 시공권을 주는 대가로 건설 업체 대표에게 4억원 이상의 뇌물을 받아 또다시 중도 하차했다. 반복되는 교육감 잔혹사다. 서울시 교육감은 직선제 도입 이후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럴 때마다 치르는 재·보궐선거 관리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만 500억원 이상이 들었다. 한편의 잔혹 블랙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교육감 선거는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었다. 비리와 담합 등으로 얼룩진 간선제 방식을 혁신해 주민이 참여하는 교육 자치를 달성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 20년 가까이 시행된 교육감 직선제는 더 큰 논란과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 오히려 학교 현장을 정치판으로 만들고 비리 교육감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자마저 “자금력이 승부를 가리는 교육감 직선제는 위선적인 선거이며,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토로할 정도다. 교육감이 누구냐에 따라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 내용이 180도로 뒤집히는 직선제 선거. 해외 선진국에서도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도 교육 패권 다툼의 무대가 되어버린 교육감 직선제를 수술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