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많은 국민이 법을 공부하게 됐다. 사건이 전대미문이고 각자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보니 좋든 싫든 법리 논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탄핵 심판과 내란 수사가 진행되면서 무엇이 법이고 불법인지 논란이 불거졌다. 법 해석의 홍수 속에 누구 말이 맞는지 본능적으로 탐구할 수밖에 없었다.

평상시라면 알 필요 없는 비상계엄, 탄핵 심판의 법적 요건을 공부했고,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내란 수괴가 될 수 있느냐를 생각했다. 내란 수사를 누가 하는 게 맞느냐도 골치 아팠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모두 수사에 착수하며 혼란을 더했다. 공수처가 수사를 가져간 뒤에는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신청, 발부, 집행 등 단계마다 적법성 논란이 일었다. 구속 후에는 구속 기간을 날짜로 계산하는 게 맞는지 시간으로 하는 게 맞는지 따져야 했다. 탄핵 심판에서는 내란죄 철회,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 등 판·검사도 다루기 어려운 소송 절차가 문제로 주어졌다. 법률 전문가도 견해가 다른 고난도 문제 풀이를 암묵적으로 강요받았다. 그러다 보니 “탄핵 뉴스 따라가느라 스트레스 받는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도 국민에게 ‘사법 스트레스’가 됐다. 이 후보는 8개 사건에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 위증 교사 등 선고가 나올 때마다 반사적으로 각자 ‘마음의 법정’을 열었다. 법조계에서 유죄 가능성이 크다고 했던 위증 교사 사건이 무죄가 됐을 때 그 판결이 맞는지 고민했다. 선거법 사건은 판사끼리 결정이 엇갈려 더 헷갈렸다. 1심 판사는 중형을 선고했지만, 2심 판사는 깨끗하게 무죄를 줬고, 대법원은 이를 다시 유죄로 뒤집었다. 법 해석이 직업인 판사조차 판단이 다른데, 그걸 따라가며 이해해야 하는 보통 사람은 얼마나 혼란스럽겠나. 더구나 유력한 후보의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가 걸린 사건이었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도 나 몰라라 하기 어려웠다.

이 후보는 2022년 대선에도 못 나올 뻔했지만 이른바 ‘권순일 판결’로 살아났다. 이번에도 1심 재판부는 대통령 출마 자격을 박탈하려 했지만 2심 재판부는 다시 출마의 길을 열어줬다. 법조계에선 “이제 판사가 대통령을 뽑는 시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과장이라도 흘려듣기 찜찜한 이야기였다. 정치의 실패가 사법의 일탈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대법원이 이 대표가 거짓말을 한 것이 맞는다는 취지로 판결했지만, 국민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 사건 파기환송심 외에도 재판 4개가 더 남은 상태에서 6월 3일 대선에 출마할 것이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남은 재판을 계속할지 말지를 놓고 이른바 ‘헌법 84조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대통령 투표장에 갈 때 이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사법 스트레스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윤 전 대통령 탄핵과 이 후보 재판을 거치며 우리 국민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법 해석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판사가 할 일을 온 국민이 같이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고 법 해석은 판사가 하는 나라가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은 판사가 대통령을 뽑고 국민이 법 해석에 매달리는 나라가 됐다.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 놓아야 한다. 윤·이 두 사람이 리스크를 피하지 않고 떠안는 결자해지가 바람직하지만 기대 난망이다. 사법부부터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더는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