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서 전시된 역대 대통령들 사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연설문 속 핵심 단어를 이용해 대통령의 얼굴을 8장의 유리로 재현한 문자그림(텍스트아트) 조형물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는 이른바 ‘7대3 법칙’이 있다. 찬반 여론이 7대3이 되면 소수 30%는 뒤로 숨고 70%가 득세하게 된다. 정권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 옹호 목소리는 줄고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진다. 대통령의 말도 잘 안 먹힌다. 야당은 파상 공세를 펴고 여당에선 내분이 일어난다. 40% 붕괴는 정권에 대한 경고음, 30%는 레임덕의 마지노선으로 여긴다.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의 경솔한 언행과 내분으로 집권 6개월 만에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졌다. 1년 만에 30% 마지노선마저 무너지자 국회 탄핵안이 통과됐다. 탄핵 역풍에 겨우 총선을 이겼지만 입법 폭주와 부동산 정책 실패로 다시 20%대로 내려앉았다. 결국 대통령은 당에서 밀려났고 여당은 공중 분해됐다. 이명박 정부는 과도한 자신감에 일방적 정책 추진으로 석 달 만에 30%대로 주저앉았다. 광우병 사태와 야당의 총공세로 무정부 상황 직전까지 갔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3년 차까지 40~50%대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총선 ‘옥새 파동’ 이후 강고했던 40% 벽이 무너졌다. 한번 둑이 무너지자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한 자릿수 지지율을 찍고 탄핵으로 갔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40%를 지켰지만 세 번 그 벽이 무너졌다. 조국 사태와 코로나 위기, LH 투기 파문이었다. 세 번째엔 29%까지 떨어졌다. 그때마다 남북 쇼와 돈 풀기 등 온갖 수단을 썼다. 국정을 희생해서라도 40% 벽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지고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30% 정권’이 치러야 할 대가는 혹독하다. 미국·일본도 다르지 않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0% 아래로 내려갔다. 취임 두 달 만에 유례 없는 일이다. 대선 때 지지층도 일부 이탈했다. 위험 신호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별 의미 없다. 신경 안 쓴다”고 했다. 진심은 아니었겠지만 국민들이 듣기에 편치 않은 말이었다. 윤 대통령은 여론의 일시적 변덕 정도로 여겼을지 모른다. 정권 핵심 인사들은 “취임 초에 바닥을 다져놓고 올라가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 떨어졌던 지지율을 10%p 이상 끌어올린 사례는 흔치 않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쓴맛을 본 경우도 적지 않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언제 위기가 닥칠 지 모른다.

윤 대통령은 “문 정부는 잘 했느냐”고 반문한다. 인사와 정책을 문 정부와 견준다. 여권 일각에선 문 정부의 비리와 적폐를 때리면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고 여긴다. 대선 땐 먹혔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윤 대통령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문재인이 아니다. 국민은 윤 정부가 전 정부보다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소탈한 소통과 통 큰 협치도 기대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정제되지 못한 화법이나 측근·지인 기용 인사에 실망감을 표시한다. 여당이 왜 ‘이준석 늪’에 빠져 싸우는지도 이해하기 힘들다. 민심을 파악하고 대통령 메시지를 관리해야 할 정무 기능은 잘 보이지 않는다. 법치만 있고 정치가 없다고도 한다.

지금 세계적 경제 위기에 생활고는 깊어지고 북의 안보 위협도 심각하다. 윤 정부는 이를 헤쳐나갈 청사진과 실력을 보여야 한다. 적극 소통하되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국민이 듣고자 하는 말을 하는 게 좋다. 자꾸 엇나가려는 야당을 끌어안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10%p 까먹는 건 한순간이지만 그만큼 올리려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그럴 의지를 보여왔다. 이젠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