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2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민이 신뢰하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법구현 등' 관련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 개혁 공약은 다소 허전하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경 수사권을 재조정하겠다는 게 골자인데 그나마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 그대로 된다 해도 정권의 충견(忠犬) 노릇을 해온 검찰의 고질적 병폐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금 검찰 주변에선 하마평만 무성하다. 이 정권에서 좌천됐던 ‘윤석열 사단’이 전면에 복귀하느냐, 그 핵심인 한동훈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되느냐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인사(人事)가 문제의 본질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자신이 인사를 잘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한 검사장을 두고 “독립운동하듯 현 정부와 싸워 온 사람”이라며 “중앙지검장을 하면 안 되느냐”고 했다. 한번 사람을 믿으면 끝까지 가는 스타일인 그는 한 검사장을 중앙지검장에 임명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한 검사장은 논쟁적 인물이다. 현 정권 초 ‘적폐 수사’를 총괄하며 승승장구하다 ‘조국 수사’ 이후 좌천됐고 ‘채널A 사건’으로 수사까지 받았다. 그 과정에서 무리한 공격을 일삼은 추미애 전 장관을 고발하는 등 검사 신분으로 정권과 각을 세웠다. 그가 중앙지검장이 돼 민주당을 겨냥한 수사를 하면 그들은 분명 ‘보복 수사’ 프레임을 씌울 것이다. 그러면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를 해도 검찰이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한 번에 해결할 묘책은 없다. 다만, 인사를 일정 부분 시스템화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현행법상 검사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를 내려놓지 않았다. 핵심은 검찰총장 인사다. 총장만이라도 정권 신세를 지지 않았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검찰은 달라질 것이다. 각계 인사들이 참여했던 대검 검찰개혁위원회가 2018년에 권고한 ‘총장 임명 개선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골자는 총장 후보추천위(9명) 구성에서 위원 절반 이상에게 미칠 수 있는 법무부 장관 영향력을 확 줄이는 것이다. 법무부 검찰국장과 검사장 출신 법조인을 위원에서 빼는 대신 민주적으로 선출된 검사 대표 3명을 위원으로 추가하고, 장관이 임명하는 민간 위원 3명 추천권을 국회에 주는 방식이다. 추천위가 최종 추천하는 후보자도 기존 3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위해 대통령의 인사 재량을 축소한 것이다.

이렇게 해도 정권이 대검 참모와 지검장을 자기 사람으로 채워 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총장일 때 현 정권이 그런 인사를 했다. 이를 막기 위해선 검찰 인사위원회를 실질화해, 인사위에 검사장과 핵심 요직에 대한 인사 추천권을 주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만 정착돼도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검찰을 쥐고 흔들지 않는다는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검찰청법만 조금 바꾸면 되는데 민주당이 반대할 리도 없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헌법 기구로 최고사법평의회를 두고 있다. 이탈리아 평의회는 판·검사 인사에 대한 전권을, 프랑스 평의회는 판사 인사에 대해선 전권, 검사에 대해선 권고적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런 기관을 두지 않아도 이 두 가지 방식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윤 당선인은 검경의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며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했다. 그게 진심이라면 이 방식을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또 자신들을 위한 방탄용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하는 민주당의 몰염치와 대비돼 더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