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미·일) 동맹 표류’가 출간된 게 1997년이다. 저자는 나중에 아사히 신문 주필이 되는 후나바시 요이치. 주일미군의 오키나와 여중생 강간 사건 등으로 흔들리던 미·일 관계를 우려하며 썼다. 이 책은 미 국방장관이었던 윌리엄 페리의 우려로 마무리된다. “미·일 동맹은 역(逆)피라미드 같은 구조라고 느껴진다. 항상 양옆에서 받쳐 주지 않으면 쓰러져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990년대 미·일 동맹의 불안함을 역삼각형에 비유한 것이다.

‘아르테미스(Artemis)’ 달 탐사 계획은 미국이 1972년 아폴로17호 달 착륙 이후 50여년 만에 달에 우주인을 보내기 위한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이다./NASA

이 책이 나온 지 25년 된 2022년 새해 벽두에 보니, 미·일 동맹은 역(逆)피라미드가 아니라 안정된 피라미드 모양 같다. ‘사반세기 동안 축적된 미·일 동맹은 당분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것 같다.’ 이게 2018년부터 도쿄 특파원에 이어 국제부장으로 매일같이 일본을 관찰하며 내린 소결론이다.

최근 미·일 동맹의 발전 속도와 폭은 동맹 관련 역사를 새로 써야 할 정도다. 일본 관점에서 동맹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수는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다. 바이든은 2020년 당선 직후 일 총리와의 첫 전화 통화에서 센카쿠 보호를 언급, 일본 열도를 놀라게 했다. 일 외무성 고위 관리가 크게 만족하며 “100점 만점”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대서특필됐다. 미국은 요즘 ‘(누구도) 깰 수 없는(unbreakable) 미·일 동맹’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대만 유사시에는 양국이 공동작전을 펼치는 작전 계획이 1월 중에 만들어진다. 지난해 창설된 미국·영국·호주의 3국 동맹 오커스(AUKUS)에 일본이 들어가 조커스(JAUKUS)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과거 미·일 동맹이 일방적인 미국 주도였다면 요즘엔 일본이 배후에서 조종, 끌고나가는 측면도 보인다. 일본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고안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슬로건을 계속 사용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일본·인도·호주 4국의 안보 협력체 ‘쿼드’의 사실상 사무국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프랑스·독일의 ‘아시아로 회귀’는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받았다. 영국 해군의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 등을 비롯한 유럽 3강(强) 함정을 요코스카항에 기항시키며 중국 견제에 나서도록 한 주역은 일본이었다. 북한의 해상 불법 환적(換積)에 대응한다며 호주⋅캐나다⋅뉴질랜드까지 끌어모아 준(準) 동맹 체제를 만들었다. 미국의 어깨에 올라타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실리를 챙기는 것이다.

세밑인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일 총리 발언은 ‘미·일 동맹의 우주화’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일본은 미국이 280억달러를 투입하는 ‘아르테미스(Artemis)’ 달 탐사 계획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 중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2020년대 후반에는 일본인 우주 비행사의 달 착륙 실현을 도모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일 공동으로 달에 식민지를 건설해 희귀 자원을 들여오는 계획도 논의되고 있다.

미·일 동맹 약진과 대조적으로 미국의 한국 ‘방기(放棄·abandon)’ 정책이 구체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문재인 정권은 바이든의 핵심 정책인 쿼드 참여에 부정적이다. 종전선언,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문제로 양국 간 불협화음은 커지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미국이 부정적이어서 연장에 실패, 지난달 31일 종료됐다. 미국의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국인 일본에서는 이제 ‘미·일 동맹 도약’ 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올 지경이다. 오는 3월 한미 동맹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면 ‘표류하는 한미 동맹’이라는 책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