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막판이라고 슬그머니 지나갔지만 그렇게 넘길 수 없는 일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기 4년의 감사위원에 임명한 것이다. 형식상 감사원장 제청을 받아 임명했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인사다.
두 사람은 검찰 개혁을 다룬 책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를 함께 집필할 만큼 가까운 사이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할 때 김 위원은 청와대에서 사회조정1비서관,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다. 감사원을 헌법기관으로 두고, 헌법에 감사위원 임기를 적시한 것은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감사위원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刑)을 선고받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면직되지 않도록 감사원법에 신분을 보장한 것도 같은 취지다. 그런 자리에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친정권 인사를 임명한 것은 명백한 코드 인사다.
특히 김 위원은 2012년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부산 연제구에 출마했다 낙선한 경력도 있다. 이렇게 정치 성향을 드러낸 인물이라면 감사위원 임명은 더 피했어야 한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감사위원에 검사 출신인 은진수 변호사를 임명했을 때 야당이던 지금의 여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은 변호사가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 강서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던 전력을 들어 감사원의 권력 예속을 부추기는 인사(人事)라고 비난한 것이다. “감사위원이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는 감사원법(10조) 위반”이란 비판도 했다. 그렇게 거품을 물었던 지금의 여당 사람들이 이번 인사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몰염치한 일이다.
김 위원도 뻔뻔하긴 마찬가지다. 감사원은 그를 제청한 배경에 대해 “높은 법률적 식견을 바탕으로 사법 개혁과 반부패 활동에 일조하는 데 진력했다”고 했다. ‘높은 법률적 식견’을 갖고 있다는 그가 감사위원 자리가 갖는 의미를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설령 문 대통령이 그 자리를 권유했다고 해도 그는 고사했어야 한다. 더구나 그는 문 대통령과 공저한 책에서 검찰을 포함한 권력기관의 정치 중립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학자로서의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자신의 말과 소신을 그렇게 헌신짝처럼 내팽개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문 대통령이 굳이 그를 임명한 데는 다른 뜻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재형 감사원장 시절의 감사원은 현 정권이 밀어붙인 월성 원전 조기 폐쇄의 문제를 파헤쳤고, 이는 수사로 이어져 관련자들이 기소됐다. 현 정권 입장에선 등골이 서늘했던 일이다. 감사원은 원장을 포함한 감사위원 7명의 합의제로 운영되고, 감사위원들은 감사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데 참여한다. 그 점에서 김 위원 임명에는 대선 이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이뤄질 수 있는 감사에 대비해 확실한 우군을 심어놓자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번 인사와 비슷한 일은 현 정권 출범 직후에도 있었다.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으로 ‘사법부 독립’을 외치던 김형연 판사가 2017년 법원에 사표를 던지고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직행했고, 2년 뒤 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인 김영식 판사가 같은 경로를 밟아 그의 후임이 된 것이다. 평소 자신들이 주장했던 소신을 내던지고 비서관 자리를 덜컥 받았다. 사법 독립을 외치던 사람들이 사법 독립을 짓밟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 정권과 주변 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 시종일관 뻔뻔하고, 내로남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