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열리는 2020 도쿄 여름올림픽. 결국 열리긴 하는 모양이다. 딕 파운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말처럼 “아마겟돈(지구 종말)이 일어나지 않는 한”. 지난 13일 G7 정상이 대회 개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고, 이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완전 개최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으니 이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올림픽을 전 세계가 지켜볼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 쉼 없이 질주하던 올림픽이 한 번 브레이크를 밟고 속도를 늦추자 그동안 스쳐 지나쳤던 민낯이 또렷하게 보인다. 공정한 경쟁, 스포츠를 통한 인류 평화? 올림픽 정신을 대표하던 단어들은 구시대 유물처럼 빛 바랜 지 오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습으로 1년 미뤄진 2020 도쿄하계올림픽 개막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7월 23일 올림픽 개막 카운트다운은 시작됐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7개 이상 획득해 종합 순위 10위 이내 입상을 목표로 한다. 사진은 지난 4월 14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도쿄올림픽대회 G-100 미디어데이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시상복, 단복을 입고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 /연합뉴스

올림픽은 결국 돈이었다. IOC는 올림픽이 한 번 열리면 미디어 중계권과 공식 스폰서십 계약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10%를 갖고, 나머지는 조직위와 NOC(국가올림픽위원회) 및 각 종목 국제 연맹 지원에 쓴다. 평창 겨울올림픽 때 그 10%가 약 2000억원이었으니, 규모 큰 여름올림픽엔 1조원 안팎의 천문학적 돈이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IOC 금고로 들어가는 셈이다. 200개 넘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를 영향권 아래 두고, 맏형으로서 각 종목 국제 연맹을 호령하는 IOC의 힘이 이런 돈에서 나온다. IOC는 지난해 코로나로 올림픽이 연기되고, 각종 국제 대회마저 취소돼 상당수 국제 연맹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자 총 480억원을 빌려주며 파산 위기를 막아줬다.

올림픽은 또 정치이고, 외교다. 자국 내 개최 반대 여론이 한때 70%에 달하는데도 일본 정부는 ‘못 먹어도 고(GO)’를 외친다. 취소 배상금이 만만치 않은 데다 이미 상당수 국민이 등 돌린 상황이니 차라리 마지막 반전을 노려보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이 때문인지 일본은 IOC 동아줄에 꽁꽁 묶여 끌려가면서 ‘독도’를 교묘하게 건드렸다. 대회 홈페이지 성화 봉송로 지도에 독도를 흐릿하고 작게 집어넣었다. 결국 우리 정부와 차기 대선 주자를 포함한 일부 여권 정치인이 보이콧까지 거론하면서 이슈화 목적을 이뤄냈다.

IOC는 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다. 남자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누른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 적힌 종이를 들고 달리던 박종우에게 메달 박탈 위협까지 가했던 2012년 런던, 한반도기에 그려진 독도를 ‘정치적 행위’라며 빼라고 했던 2018년 평창 때와는 180도 다르다. 이쯤 되면 코로나란 위험 요소 속에서도 대회를 치르는 일본에 대한 보상 차원 성격이 짙다.

지난 4월 29일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 출전하는 김연경 선수가 국립중앙의료원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하는 모습./ 대한체육회

돈과 정치가 올림픽의 우선순위가 되면서 정작 갈채를 받아야 할 주인공인 올림피언들은 줄에 달린 채 조종당하는 마리오네트 신세가 된 것 같다. 공정한 경쟁과 함께 선수촌에서 같이 어울리며 우정을 나누는 게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일 텐데, 올해 도쿄에서는 오로지 숙소와 훈련장과 경기장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해야 한다. 한마디로 재미 없는 올림픽, 응원 함성 없는 올림픽이다. 그래도 선수들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올림픽에 모든 것을 내건다. 돈과 정치로 올림픽을 물들이는 어른들과 달리 이들에겐 공정한 경쟁, 자기 성취가 가장 중요한 가치다. 그래서 “백신을 맞을 바에야 올림픽에 불참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베테랑 여자 배구 스타, 산전수전 다 겪어 올림픽 출전이 큰 의미가 없을 듯한 노장 야구 선수도 두 눈 질끈 감고 코로나 백신 바늘에 팔뚝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면 보이콧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