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낚시꾼
이른 아침부터 세월만 낚던 그 사람
해거름에서야 자리를 뜨네 빈손으로
뿌리째 건져 올린 뒷산 저만큼 놓아두고
잠시 폈던 마음꽃 지는 어둑한 도심으로
-이상호(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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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저수지에서 낚시를 했던 모양이다. 저수지의 맑고 고요한 수면에는 뒷산의 모습이 어렴풋하게 어리어 비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어쩐 일인지 물고기를 낚는 일에는 통 관심이 없다. 아침 일찍 와서 시간만 낚는다. 혹은 물속에 얼비친 뒷산을 건져 올린다. 이즈음이라면 뒷산에는 진달래가 피고 산벚꽃이 만발했을 것이다. 시인은 심심하고 지루한 시간만을 보내다 날이 저물 무렵에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물에 잠긴 뒷산도 그대로 그냥 둔다. 그러곤 제법 어두워진 도시를 향해 돌아간다. 그런데도 저수지에 와서 낚싯대를 드리웠던 동안은 마치 꽃이 활짝 피듯이, 접히고 구겨졌던 마음이 반반하게 펴졌다는 것을 느낀다. 관조(觀照)와 허심(虛心)을 충분히 즐겼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호 시인은 시 ‘눈부신 눈사람’에서 “눈사람을 낳는 사람들/ 눈 내리면 습관적으로// 하얀 세상에 홀려서/ 하얀 사람이 그리운// 너도나도 마당에 나와/ 눈사람을 받드는 나라”라고 썼는데, 이러한 시구에서도 순연(純然)한 시심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