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조카가 외국의 한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합격했다는 것. 전화를 받고 탄성을 질렀다. “정말 잘됐다! 축하해!” 그 소식이 특히 기뻤던 건 그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 후 5년 넘게 방에서 나오지 않고 세상에서 자길 지운 채 살았기 때문이다. 아이 엄마는 미칠 노릇이었다. “저 예쁜 시절을 왜 저렇게 허비하는지 모르겠어….” 언니는 눈물을 글썽였지만, 아이 속은 오죽했을까. 그러다가 아이가 손목을 긋는 일까지 생기고 말았다. 이럴 수가. 아이의 마음은 완전히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당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아이에게 조심스레 만나자고 했더니, 다행히 날 보러 오겠다고 했다. 자기도 뭔가 속에 꽉 막힌 응어리를 털어놓고 싶은 모양이었다. 밥도 사주고 연극도 보여주면서 돌덩이 같은 아이 마음속에서 이야기를 살살 끄집어냈다. 대학 입시를 준비했지만, 여전히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고, 떠밀리듯 대학에 가는 것도 싫고, 죽을 생각까지 한 건, 그런 자길 부모님도, 세상도,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 같아서, 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띄엄띄엄, 그러나 또박또박, 자기 안의 생각을 말하는 아이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 어떤 말을 해도 어긋나게 들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이 말만큼은 해야겠다 싶었다.

“괜찮아, 조금 늦어도 괜찮아. 긴 인생에서 몇 년은 아무것도 아니야. 세상엔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해. 지금은 안 보이겠지만, 방 밖으로 나와서 세상을 찬찬히 보다 보면, 너한테 재미있는 일도 생기고, 네가 잘하는 일도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네가 잘하는 걸 정신없이 재미있게 하다 보면, 사람들은 널 찾게 될 거야. 네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널 부르게 될 거야. 이건 진짜야. 날 믿어.”